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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쎄실의 ‘산씻김’(오세곤의 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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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쎄실의 ‘산씻김’(오세곤의 연극평)

입력
1997.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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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충격이 주는 지루함/세밀한 연결이 부족했다세계연극제 등 큰 행사들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번 여름은 유난히 작품수가 적은듯하다. 물론 문을 닫은 극장이 없는 걸로 보아 양적으로는 예년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볼만한 공연은 찾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다소 수준이 낮거나 완성도가 떨어져도 싼맛에라도 참고 볼 수가 있지만 연극은 상당수준이 되지 않으면 그대로 관객에 대한 고문이 된다. 그러니 관극 작품 선택에 고민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연극은 영화와 달리 도중에 빠져나오기도 어렵지 않은가.

극단 쎄실이 이현화 작, 채윤일 연출의 「산씻김」(산울림소극장)을 공연중이다. 이현화와 채윤일의 만남은 70년대말부터 약 10년간 여러번 화제작을 탄생시켰다. 「산씻김」 역시 그 중 하나로 초연을 기준으로 보면 약 15년만의 재공연이다.

이 작품이 주는 느낌은 무엇보다 기이함과 섬뜩함이다. 그러나 칠흑같은 어둠 속에 거의 20분 동안 질주하는 자동차 소음과 교통방송만 듣고 있노라면 그 기이함은 이내 지루함으로 바뀌고 만다. 또 마치 납량물처럼 반복되는 충격적인 장면도 이내 추측이 가능해지면서 맥이 빠지고 만다. 게다가 그것들이 정확히 어떤 의도의 형상화인지도 분명치 않다.

연극에서 관객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즉 연극작품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벌이는 일을 보고 들을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연극에서 전달과 소통은 그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객석에 앉아만 있을 뿐 아무 감흥도 못느끼거나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상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이 작품은 전혀 전달이 안되는 상태는 아니다. 분명 한 여인이 의문의 장소에 갇혀서 산 채로 씻김굿을 당하며 그를 통해 새로운 상태로 거듭나는 과정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나름의 이해를 위해서는 이성과 지식을 동원한 분석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듯 즉각적이지 않은 전달로써 연극본연의 기능을 완수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세밀한 연결 등 마무리에 좀더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 들인 것에 두배가 넘는 노력이 필요하는 논리로써 그것을 기피한다면 그저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정도에 머물 뿐 결코 훌륭하다는 평가는 받을 수 없으리라 본다.<연극평론가·가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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