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무신 차림… 인터뷰 도중 의식잃어 인천서 건강검진○…50여년만에 김포공항을 통해 고국에 첫발을 디딘 훈할머니는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한국이 너무나 변했습니다』라며 감격에 겨운 듯 시종 눈시울을 적셨다. 흰색 블라우스와 감색 치마에 도수가 높은 검은테 안경, 염주 목걸이를 한 훈할머니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일보기자가 전해준 흰색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15시간여의 여행으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훈할머니는 캄보디아에서 준비해 온 가방에서 「내 이름은 나미입니다. 혈육과 고향을 찾아주세요」라고 한글로 적힌 분홍색 종이를 꺼내 들고 『가족을 꼭 찾아주세요』라며 울먹였다.
○…훈할머니는 『고향의 바다와 산, 절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 고향이 당초 추정된 인천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아리랑」노래를 불러보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훈할머니는 또렷한 발음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고 나지막이 부른 뒤 『감사읍니다. 안녕으세요. 오래돼 기억이 잘 안납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했다.
○…피켓과 꽃다발을 들고 나온 「나눔의 집」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10여명으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은 훈할머니는 10여분간 인터뷰에 응하다 피로가 누적된 듯 갑자기 주저 앉아 의식을 잃고 외손녀들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옮겨타고 입국장으로 빠져나갔다.
○…상오 8시30분께 미리 대기한 앰뷸런스로 인천의 한병원에 도착한 훈할머니는 9층 7평짜리 특실에 입원해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을 맡은 신익균 심장센터소장은 『장시간의 여행으로 약간의 피로를 보이고 있으나 혈압 맥박 체온은 모두 정상이며 식욕도 왕성하다』고 말했다. 훈할머니는 병실에서 3시간정도 휴식을 취한 뒤 『밖이 궁금하다. 바깥이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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