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살아온 「훈」할머니가 반세기만에 4일 조국땅을 밟았다. 겨우 6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조국이 그동안 훈할머니에게는 멀고도 멀었다. 「내 이름은 나미입니다. 혈육과 고향을 찾아주세요」라는 호소에는 한과 고통의 삶이 농축돼 있다. 군대위안부들이 흘린 피눈물은 민족 전체의 피눈물이며 훈할머니가 망실한 세월은 우리 모두가 망실한 세월이다. 그의 귀국은 한 여인의 불행을 해소해 주려는 인정적 차원을 넘어 군대위안부문제를 더 이상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관심 덕분이었다.일단 병원에 입원한 훈할머니는 건강진단이 끝나면 2, 3주동안 국내에 머무르면서 고향과 혈육을 찾아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훈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려 주어 자신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따뜻하게 배려하되 냉정하고 차분한 자세로 역사대조와 증언청취를 통해 과거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 관련단체는 이 과정에서 공을 다투지 말아야 하며 신원이 확실히 밝혀진 경우에도 영주귀국과 같은 문제는 서두르지 말고 본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제2, 제3의 훈할머니들을 찾아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군대위안부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도 뒤늦게나마 중국과 동남아 각국 공관에 「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신고센터」를 설치, 1년간 운영토록 했다. 굳이 1년이라는 시한을 못박지 말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훈할머니로 인해 촉발된 국민적 관심을 계기로 군대위안부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한 외무부가 밝혔듯이 군대위안부는 당사자의 신고가 없으면 피해사실 확인이 어렵다. 훈할머니의 과거찾기는 그래서 중요하며 그의 귀국이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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