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위기국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자금시장의 신용기반이 무너지면서 부도 공포가 산업계를 뒤덮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인도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해외투자나 차입 등 해외 경제활동이 곤경을 겪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키 위해선 정부의 적절하고 신속한 대책과 금융권의 협조, 그리고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노동자의 협력 등 경제주체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마침 전경련은 1일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긴급회장단회의를 열고 정부에 산업구조조정특별법의 제정을 건의하고 정부와 재계간의 대화를 제안했다. 우리 경제의 실질적 주도세력이자 오늘의 경제상황에 큰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전경련이 경제난 극복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는 전경련이 오늘의 경제난에 대한 자성과 강도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데 대해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런 공감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전경련을 대표로 하는 대기업들이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한 철저한 자기인식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연초부터 터져나온 한보 등 대기업부도사태나 작금의 기아부도유예는 한결같이 대기업들의 무모한 확장욕과 「우물안 개구리식」의 세경쟁에서 비롯된 결과다. 또 대기업의 불합리한 경쟁과 독단적인 경영체질이 불러온 정경유착이 배경에 깔려있다. 정부가 진작부터 추진하려던 업종전문화나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 경제력집중의 완화문제 등 산업구조조정을 기본으로 한 재벌정책의 근간은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구두선에 그치거나 빛을 잃고 말았다. 그때마다 재계는 경제논리와 경제난을 이유로 들었다. 새삼 정부의 개입을 통해 산업구조조정에 나서려는 재계의 논리가 신뢰를 얻기 위해선 이런 의구에 대해 진솔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전경련은 최근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산업구조조정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 배경과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재계의 방만한 경영의 결과로 초래된 경제난을 궁극적으로는 국민부담을 통해 해소하자는 것이다. 국민부담을 전제로 한 특혜조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재계의 가시적이고 실천적인 자구노력과 희생, 그리고 경영투명성의 확보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주장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개정노동법은 노동법파동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국민적 합의이다.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긴요한 만큼 노동자의 고용안정도 중요하다.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 주장은 취업난속에 부도사태로 대량실업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