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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해도 문제/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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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해도 문제/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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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누구 좀 바꿔주세요』 『잠깐 자리 비우셨는데요.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마리즈 부르뎅이라고 하는데요』 『누구…?』 『마―리―즈 부―르―뎅요』 전화받던 비서는 금방 웃음을 터뜨린다. 『왜 웃으세요』라고 물으면 대답도 하지 않은채 그냥 끊어버린다. 물론 그 비서는 내가 전화를 했다는 사실조차 상사에게 전해주지 않는다.나는 평소 한국인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 사건들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한국에서 이런 웃지못할 해프닝을 자주 경험했다.

전화할 때 상대방은 물론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대부분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 『누구 계세요』 『몇시에 들어오십니까』 『뭐 때문에 전화하는데요』 등 내가 사용하는 문장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이름을 말하기 시작하면서다.

아무튼 나는 최소한 두번이상 내 이름을 말해야만 한다. 내 이름의 네번째 음절을 말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아, 이게 보통 이름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기 시작한다. 특히 개인적인 이유로 전화를 걸 경우 이름인 「마리즈」만 말한다. 이름이 길지 않아서인지 상대방은 계속 『그것만 전하면 되겠느냐』고 되묻다가 전화를 끊는다. 공적인 일로 전화를 걸 경우는 꼭 이름과 성을 알려줘야만 한다.

하여튼 내 이름은 절대로 한국이름과 같지 않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내 이름을 들을때 약간 놀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 놀라움을 느끼면 나는 「외국사람」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상대방이 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금방 한국말로 이야기해서인지 「외국인」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한국인 친구들은 내게 영어로 얘기를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디에 전화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때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금방 어학원을 나온듯 선생님이 가르쳐준대로 열심히 연습하고 싶고, 동료들에게 자신이 영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하는지 보여주고도 싶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영어를 못하면 한국말로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바꿔준다. 그러나 그냥 전화를 끊어버려 나를 당황케 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한국이 세계화를 이루려면 이런 사고방식부터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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