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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친구 안부러워요”/섬마을에 위성멀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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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친구 안부러워요”/섬마을에 위성멀티교육

입력
1997.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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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곽동수, 여기는 서울의 위성스튜디오입니다. 앞으로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합시다』울릉도 도동2리 울릉초등학교(교장 최영모·64)에 정보화 바람을 타고 멀티미디어교실이 들어섰다. 섬마을 초등학교가 정보시대에 성큼 진입, 경사가 난 것이다.

지난달 30일 하오 2시 서울 신도림동에 있는 (주)솔빛(공동대표 문우춘·박현재)의 멀티미디어 위성교육센터와 울릉도의 멀티교실이 위성을 통해 연결되자 방학중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나와 주민들과 환호성을 올렸다. 울릉도 역사상 처음으로 위성을 통한 원격교육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25평 크기의 「멀티교실」은 삼보컴퓨터(사장 이홍순)가 기증한 펜티엄급 PC 15대와 솔빛이 차려준 위성수신기, 52인치 멀티비전, 교육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됐다. 장비값과 운영비 등 9,000여만원을 무료로 지원했다.

대형 멀티비전에 전문강사 곽동수(34·컴퓨터칼럼니스트)씨가 나타나 반갑게 인삿말을 하자 학생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즐거워했다.

컴퓨터 초보강의는 50분간 계속됐다. 비교적 문명화했다는 섬이지만 울릉초등학교생들이 만져본 컴퓨터는 고물이 돼버려 폐기처분해야 할 286급 10여대가 고작이다.

대도시의 또래들이 방과 후 컴퓨터학원에서 키보드를 두드릴 때 울릉도 어린이들은 바닷가에 나가 노는게 전부였다. 값비싼 멀티미디어 PC는 엄두도 못낸다. 멀티미디어 교육이니 교육정보화니 하는 말은 TV나 신문에서 보는 호사스런 단어일 뿐이었다. 따라서 위성을 이용한 최첨단 「멀티교육」시스템과 울릉도 어린이들의 만남은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교육부가 3월 정보교육 확산 방안으로 민간기업의 초등학교 멀티미디어교육 참여를 장려한지 5개월만에 도서지방에 까지 멀티교육 바람이 분 것이다.

솔빛은 앞으로 울릉초등학교 전교생 272명을 상대로 지속적인 멀티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이 컴퓨터 기초부터 일주일에 3시간씩 4개월간 배우고 나면 PC통신은 물론 인터넷까지도 자연스럽게 다루게 된다.

다시 4개월의 멀티미디어 과정을 마치면 그림일기, 생일카드, 편지만들기까지 할 수 있는 컴퓨터도사가 된다. 솔빛은 영어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 연말께는 원격 영어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멀티교실은 주민들에게도 개방된다. 특히 어민들은 통신을 이용해 기상정보도 받아볼 수 있다.

삼보컴퓨터와 솔빛은 9월말 백령도의 백령초등학교(교장 서광훈·61)에도 컴퓨터 10여대 등으로 멀티미디어 교실을 구축, 150명의 학생들에게 원격교육을 무료로 실시한다.

현재 30여개 초등학교에 멀티교실을 구축한 솔빛은 실비수준의 수강료만 받고 전국 초등학교에 멀티교실을 지원, 연말까지 150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대도시와 낙도 어린이들이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국동시 멀티교육시대」가 열리게 된다.

현재 40여개의 업체가 초등학교 멀티교실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코네스는 지난달 국토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 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도분교에 586PC와 교과과정 소프트웨어를 무상지급한 바 있다.

솔빛 문사장은 『이제까지 낙도와 오지의 어린이들은 교육적으로 크게 소외됐었지만 앞으로는 대도시와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정보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무료 멀티교실 구축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울릉초등학교 컴퓨터담당 김외광(40) 교사는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꿈을 이루어 무척 기쁘다』며 『벽오지 초등학교의 정보교육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좀더 충분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릉초등학교 최영모 교장/“도서지방학교 한계극복/정보시대 동참 기쁩니다”

『우리 아이들이 도시학교 학생들에 뒤떨어지지 않게 돼 기쁩니다. 더구나 위성을 통해 양질의 교육까지 받을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울릉초등학교 최영모(64) 교장은 멀티교실 개통으로 도서지방 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시대에 동참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최교장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마지막 선물인 컴퓨터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터전이 생겨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에서 정보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학교를 중심으로 편중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교장은 『도시학교들이 멀티미디어 PC에 CD롬타이틀까지 갖추고 컴퓨터교육을 하고 있는 반면 섬마을 학교는 5년전 정부가 지원한 286컴퓨터로 가르치니 그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제 최첨단 멀티교실에서 오지학교의 설움을 털어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최교장은 『정보시대의 인재양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낙도나 오지 초등학교가 불평등한 교육을 받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며 교육의 기회균등과 형평성을 강조했다.

최교장은 특히 『컴퓨터장비만 몇대 던져 놓고 사후 교육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면서 『위성을 통해 지속적인 가르침을 주겠다는 솔빛측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컴맹의 섬마을, 울릉도에서 컴퓨터도사들이 쏟아져 나올 날이 머지 않았다.<전국제 기자 stevejun@korea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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