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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3자인수 걸림돌”/김 회장 퇴진 기아사태 최대쟁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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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3자인수 걸림돌”/김 회장 퇴진 기아사태 최대쟁점으로

입력
1997.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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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해체 의도” 거부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의 거취문제가 기아사태를 푸는 핵심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4일 열리는 채권은행단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될 전망이다. 채권은행단, 정부, 기아측의 입장을 살펴본다.

◆채권은행단=김선홍 회장에 대한 채권단의 강한 퇴진압박은 기아의 「과거」와 「미래」, 두가지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과거적 측면은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책임추궁이다. 무모한 투자와 영업실패로 거대기업 기아를 부실화시킨 최고경영자로서, 계속 그 자리에 눌러앉아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란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김회장 사퇴압력엔 단지 과거에 대한 문책 이상이 내포되어 있다. 즉 김회장의 손발을 완전히 묶어놓지 않는한 기아의 「미래」를 채권단 의도대로 만들어 갈 수 없다는 판단이다. 채권단이 진로나 대농때보다 경영권포기각서를 훨씬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의 미래는 정상화(자동차전문 소그룹)나 제3자인수, 둘중의 하나다. 만약 기아가 자력으로 정상화하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고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는 자구이행의 최종적 담보라는게 채권단 주장이다.

경영권포기각서 요구는 그러나 채권단의 부인에도 불구, 정상화보다 3자인수를 위한 「정지작업」의 성격이 보다 짙어 보인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채권단은 기아자동차의 생존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조기채권회수에도 제3자인수가 최선의 방법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김회장은 3자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동시에 3자인수를 위해 대주주(포드 임직원 등)들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부입장=정부는 김선홍 회장의 퇴진문제와 관련, 『채권은행단과 기아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공식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내 기류는 김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사견을 전제로 한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의 경영체제로는 기아의 자력회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측에선 『기아가 회생하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한데 현 경영진으로는 강성노조 등 엉킨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나서 그동안의 경영부실을 철저히 진단한 후에야 과감한 자구책이 마련될 수 있으며, 그때야 추가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채권 금융기관들의 입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김선홍 회장 왜 버티나=김선홍 회장이 경영권포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은 최근 기아특수강을 자동차 3사가 공동경영키로 하는 등 김회장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상황변화와 우선 무관치 않다. 김회장은 일요일인 3일에도 평소와 같이 출근, 생산현장과 직원동향 등을 챙기면서도 오랜만에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고 기아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변화가 없었더라도 경영권에 대한 김회장의 강한 집착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게 주변의 한결같은 얘기다. 기아 고위관계자는 『김회장은 부도유예결정 후에도 기아는 우리가 일으켜 세운 회사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면서 『「우리」의 주도자는 곧 김회장』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선장」역할을 하고 있는 자신이 물러나게 되면 조직이 와해되고 구심점을 잃으면서 채권단의 의도에 따른 제3자인수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기아그룹이 완전해체된다는 우려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그룹측이 김회장 퇴진을 원하지 않는 점도 그의 태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직접 키운 회사를 내놓을 수 없다는 의지가 퇴진불가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밝혔다.<김동영·정희경·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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