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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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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의 허풍은 세상이 알아준다. 하기야 대어를 낚는 순간의 짜릿함이 얼마나 간절하면 그럴까. 겨울철 인공연못에 비닐지붕을 치고 그 속에 들어 앉아 풀어놓은 물고기를 낚는 서울 낚시광들의 기습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도 알아주는 낚시광이다. 그의 솜씨가 요즘 세계 매스컴의 화제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핀란드국경 부근 호숫가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이 호수에서 연이틀간 하루에 20∼30마리를 낚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니 그럴만한 까닭이 있더라는 것이다. ◆휴가전 그는 미국 덴버의 G8 정상회담을 다녀왔다. 장소가 고산지대여서 심장이 약한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각국 정상들과의 연회에 마음 놓고 참석할 수 없었고, 그 좋아하는 포도주 한잔 마시지 못했다. 크렘린궁은 그의 울적한 심기를 위로하기 위해 귀국후 「짜릿한 시간 갖게 해주기」작전을 아주 치밀하게 짰다. ◆먼저 어업조합은 송어와 농어 1만마리를 호수에 풀어 놓고 어민의 출입을 엄금했다. 그가 낚시하는 동안에는 경비행기 12대가 호수상공의 구름을 흩어지게 해 비가 내리지 못하게 했다. 물고기가 낚시터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잠수부들이 동원됐고, 미끼로 쓸 벌레 잡기는 대통령 경호원들의 몫이었다. ◆옐친은 자신의 낚시실력에 스스로 황홀했는지 「나는 러시아 황제 보리스 1세」라며 뽐냈다고 한다. 민주개혁의 기수를 자처하는 옐친이 아부배의 병풍 속에서 광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선후 갑자기 주변이 부산해졌다는 이회창 후보의 처신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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