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에 정·관 인사 거명 적극접촉 지시/“정발협 모의원에 1억 줘라”/여 경선주자 금전지원 독려/“한보철강 매각땐 중대결심”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그룹재건을 위해 옥중에서 또다시 정계로비를 시도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본사가 단독 입수한 정총회장의 「옥중메모」에 따르면 정총회장은 한보그룹 임직원 및 측근인사에게 정부각료와 여당 중진정치인 이름을 거명하며 적극적인 접촉을 지시했다.<관련기사 2·3면>관련기사>
정총회장은 이 옥중메모에서 박모, 유모씨 등 측근을 통해 정부 관련 인사와 접촉토록 지시하는 한편 신한국당 경선주자들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는 것을 좀 사용하라』며 금전지원을 하도록 독려했다. 이 메모에는 금전지원과는 다른 「별도 조치」라는 문구도 들어 있어 그 정확한 의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총회장은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경선후보 지지 향배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지난달 초 면회 온 측근에게 『누가 가장 유망한가』라고 묻고 민주계의 중진으로 정치발전연구회 주요멤버였던 모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정총회장이 사실상 한보그룹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그의 옥중지시는 실제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대선주자들에 대한 금전제공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정총회장은 또 이 메모에서 한보철강 매각문제와 자신의 항소심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켜 12월 대선이 끝난뒤 해결하도록 변호인단과 측근들에게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총회장은 12월 대선후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자신의 사면을 포함한 한보그룹의 문제가 해결되고 그룹재건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총회장은 『8·15특사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이 사면되고 나는 12월 대선이 끝난뒤 풀려날 것』이라고 예상한 뒤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민사(한보철강 공매)문제는 항고까지 해서 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총회장은 또 석방된 후 채권은행단 동의를 얻어 법원의 한보철강 법정관리 취소를 이끌어낸 뒤 경영권을 다시 인수한다는 「그룹부흥 청사진」까지 옥중메모에서 밝혔다.
정총회장은 특히 한보철강이 매각될 「위기시」에는 『중대결심을 한다』고 필담으로 전해 폭탄선언 가능성도 시사했다. 폭탄선언의 시기는 대선 직전으로 예상되는 항소심공판 최후진술 때가 될 것임을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정총회장은 한보철강의 부도에 대해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정부의 경제팀장이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큰 실수를 저질러 혼란을 야기시켰다』며 여전히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여권이 한보철강의 3자인수 등 정리계획을 서두르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빼내려는 수작』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정총회장은 항소심에 계류중인 형사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사의 신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변호인 질문에만 답한다』는 전략을 펼 것임을 측근에게 알렸다.<이태희·이태규 기자>이태희·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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