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 테러범 ‘아랍영웅’에 이례적 판결레바논 베이루트 지방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여권 및 공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오카모토 고조(강본공삼) 등 「일본 적군파」 5명에게 징역 3년을 선고 했다. 레바논이 「아랍의 영웅」 오카모토에게 실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대의」를 버리고 「실리」를 추구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랍권 국가에서 오카모토와 적군파의 존재는 특이하다. 그가 7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공항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100여명을 살상하는 대사건을 일으키자 아랍권은 그를 「혁명적인 영웅」으로 칭송했다. 또 이스라엘 법정에서 종신형을 받고 복역중인 그를 13년만에 포로교환으로 구해낼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와 애착은 강했다.
하지만 2월 베이루트시에서 은신중이던 이들이 레바논 치안당국에 체포된 것은 더이상 중동이 적군파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신호였다. 레바논은 중동평화의 진전으로 적군파에 대한 입장을 수정했다. 또한 내전후 부흥을 꿈꾸는 레바논으로서는 국제 지원을 얻기 위해 테러집단과의 관계를 단절할 필요가 있었다. 재판장은 이날 『우리의 적 이스라엘과 투쟁한 오카모토 피고의 영웅적인 행동에는 감사하지만 범죄내용은 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말해 「실리」를 택해야 하는 레바논의 힘든 입장을 토로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미국은 판결 하루전인 30일 레바논에 대한 「관광금지 조치」를 11년만에 해제했다.
이제 관심은 형기만료후 이들의 신병처리에 모아지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과연 이들을 일본에 넘길 것인지 또는 망명을 허용할 것인지 벌써부터 주목된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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