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공원이 방학숙제를 하는 초등학생들로 붐빈다. 초등교육이 체험학습 중심으로 바뀌면서 여름방학 숙제도 문화유적과 사회시설 등을 찾아보고 느낀 것을 적어내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필기도구를 준비해서 눈을 오무려가며 설명문을 받아적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대견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곳에 가면 어린이들보다 더 열심히 방학숙제를 하는 어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어머니는 수첩을 들고 적고 있고 어린이는 그 주변을 빙빙 돌고 있다.어른이 숙제를 대신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학숙제 뿐이 아니다. 방과후 어린이들끼리 동네명소를 찾아가는 자율견학에도 어머니가 대신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당사자인 어린이는 학원에 보냈단다. 그러니까 공부를 더 많이 시키자고 이렇게 어머니가 몸으로 뛰는 것이다. 이때 공부는 그 아이가 익히는 양이 아니라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는 양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과제물만 잘 해내면 그만이라는 태도 때문에 정작 여러사람이 있는 데서 지켜야 할 예절은 가르치지 못한다. 내 자식이 뭐 하나라도 빼먹고 볼까 싶어 누구야 이리와라, 빨리 빨리 해라 하고 어머니부터 소리를 질러대니 사회교육이 될 리가 없다.
초등학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학생들이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유급인 것을 알면서도 수업거부를 했는데 유급조치를 내리지 말라고 어머니들이 나서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학생들이 책임있는 행동을 배울 겨를이 없다.
개인이 그러니 나라도 그렇다. 그저 경제외형만 키우면 된다고 재벌 중심 경제를 만들고 경영상태가 엉망진창이어서 망해가는 그룹을 은행 돈을 퍼줘가며 키워준다. 어떤 못된 회사는 그래서 아예 부도내겠다는 것을 테러범이 시한폭탄으로 겁주듯 떠들었다. 은행돈을 제 돈인양 쓰던 그 그룹의 한 경영자가 미국에서 도박을 한 것이 적발되어 뒤늦게 구속되었고 지금 몇 그룹은 은행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 은행 돈이 다 누구 돈인가.
나라도 개인도 제발 숙제 그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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