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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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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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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정부수립이래 여당이 야당되고 야당이 여당되어본 적이 없다. 4·19직후 야당이던 민주당이 일시 집권한 것은 여당이던 자유당을 괴멸시킨 혁명의 산물이었지 야당의 자력이 아니었다.헌정 50년이 되도록 왜 여야간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우선, 이번 주 3당 대통령후보의 TV토론에서 국민회의의 김대중 총재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는 최고선이다』라는 말을 했다. 제1야당의 당수로서 기필코 정권교체를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의 수사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던 발길을 멈추고 다시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좀 귀에 거슬린다. 이 시대 이 나라의 최고선이 그래 정권교체란 말인가. 아무리 정권교체가 필요선이더라도 그것이 야당의 지상의 목표일 수는 있을망정 전 국민의 지고의 가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나라의 지선은 한 정당의 당리를 뛰어넘은 자리에 있는 것이지 한 정당의 당기와 함께 나부끼는 것이 아니다.

내각책임제의 주장만 해도 그렇다. 자민련은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것이 내각책임제라는 것이고 국민회의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내각책임제도 마다 않겠다는 자세다. 두 야당 모두 정권획득의 수단으로 내각책임제에 매달린다. 국체고 정부형태고 정권교체에 유용하기만 하면 마구 바꿀 생각이다. 정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공물로 바치겠다는 태도다.

정권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가치를 희생시키더라도 오로지 정권교체만 달성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정권교체가 잘 안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는 말이다.

사실 한심한 일인 것이, 현정권은 나라를 죽 쑤어놓은 정권이다. 국민들은 이에 동감한다. 그런데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가장 지지하는 정당이 신한국당이란다. 이건 또 웬일인가. 국민들은 대통령후보의 당내 경선구경을 재미있어 하더니 그 놀이에 국민감각이 마취되어 버렸는가. 야당으로서는 이것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라도 정권교체의 고함소리를 높이게도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를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현정권의 성격을 한번 따져볼만 하다. 김영삼정권은 형식상으로는 3당 합당을 통해 노태우정권의 여당을 승계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정권의 부정 선상에 있다. 정권의 주류세력은 왕년의 야당이다. 결과적으로는 야당이 집권한 것이다. 집권할 때는 민자당이었지만 그 후 신한국당으로 당명까지 바꾸어 버렸다. 구정권을 단죄함으로써 신한국당은 여당으로서의 전통성을 스스로 단절했다. 여당내의 정권이양이 아니라 사실상 여야간의 정권교체를 한 셈이다. 자리를 바꾸지 않은, 앉은 자리에서의 정권교체다.

그 정권교체의 결과가 오늘의 나라 꼴이다. 야당이 여당되니 더 별수 없더라는 인식만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제2공화국때 민주당의 약체정부가 야당의 집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후 이제는 김영삼정부까지 정권교체에 환멸을 더해 준 결과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영원한 왕당파일 것인가.

지금까지 정권교체가 어려웠던 것은 부정선거나 관권개입 등 여당의 프리미엄탓도 컸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다. 야당은 언필칭 선진 민주대국을 보라, 정권교체 안된 나라가 어디 있느냐지만, 선진 민주대국을 다시 보라, 우리나라만큼 여건 야건간에 정당의 당명이 쉽게 바뀐 나라가 어디 있는가. 우리나라 정당들은 영원한 신당이다. 당명의 역성은 정당이 공당아닌 사당화했기 때문이다. 항명없이 항신은 없다. 야당은 국민이 신뢰할 족보를 잃었다.

여야 3당 대통령후보의 TV토론을 보면 이들끼리의 이념상의 차이는 별로 없다. 21세기 한국의 세계 강국 진입이라는 막연한 구호도 엇비슷하다. 부분적인 정책상의 그만한 차이쯤은 여당내 경선출마자끼리도 있었다. 야당측의 정부비판은 경선자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렇다면 여야간의 정권교체와 여당내의 정권이양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국민들도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꼭 한번 보고 싶다. 현정권에 배신당한 허탈감을 의탁할 든든한 야당을 찾고 있다. 몇몇 개인의 사욕덩어리가 아닌 신실한 야당의 출현이야말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선이 될 것이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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