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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긴급자금지원 또 무산/“자구계획 보완내용 수준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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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긴급자금지원 또 무산/“자구계획 보완내용 수준미달”

입력
199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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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회의 4일로 결론연기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가 또다시 결렬됐다.

제일은행 등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김회장이 경영권포기각서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회의를 중단, 4일 다시 모이기로 했다. 기아그룹 대책회의가 지난달 30일에 이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또다시 연기됨에 따라 기아그룹의 처리방향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아는 이날 ▲인건비절감에 대한 노사공동결의문과 ▲부동산매각 세부계획 등 자구계획 보완서를 제출했으나 채권단이 요구해온 ▲사표에 해당하는 경영권포기각서 제출과 ▲아시아자동차 분리매각수용은 거부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영권포기각서없이 기아그룹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인력감축 노조결의문도 법적 효력이 있는 동의서로 바꾸고 아시아자동차의 흡수합병방침도 반드시 매각쪽으로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4일 속개될 회의에서도 양측의 합의점 모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채권단과 기아그룹이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는 것에 대해 금융권과 재계에선 『양측이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시간벌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호 대립과 공방속에 부도유예조치는 받되 긴급자금은 지원받지 않고 대신 경영권포기각서도 제출하지 않는, 적어도 외견상으론 부도유예협약 1호기업인 진로의 처리과정을 기아도 따라 가는 것 같다는 얘기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진로가 닦아놓은 길을 기아가 편안하게 걸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채권단과 김회장간 힘겨루기의 제1라운드는 일단 김회장의 「판정승」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채권단의 퇴진압박과 다른 재벌들의 인수합병(M&A)공세의 양면 공격속에 존립자체가 위태로웠던 김회장은 현대와 대우를 끌어들이는 「깜짝 카드」로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계륵」이나 다름없던 기아특수강을 팔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두 「백기사」로부터 자금지원과 함께 삼성의 M&A공세를 차단할 힘도 얻게 됐다. 『결코 부도를 내지는 못할 것』이란 확신속에 할인판매 등으로 「실탄」을 비축한 김회장은 긴급자금이 당장 필요없는 만큼 경영권포기각서 요구에도 버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아의 승세가 제2, 제3라운드까지 이어질지는 극히 미지수다. 기아그룹에서 기아자동차만 남겨두고 김회장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채권단의 생각엔 변함이 없는데다 김회장에 대한 거부감은 오히려 증폭된 상태다. 한 채권은행장은 『현대 대우를 끌어들여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기아와 진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채권단내에선 현재 『김회장이 계속 경영권포기각서를 거부한다면 부도유예협약 자체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극약처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설령 2개월간의 부도유예혜택은 주더라도 유예기간이 끝나면 진로에 해줬던 원금상환유예 조치는 기아에는 없을 것이란 주장도 개진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기아는 도산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이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아무래도 「제3자인수」에 대한 대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3자인수를 위해선 김회장 교체가 불가피하고 최대주주(포드 및 임직원지분)로부터 3자인수 동의를 끌어 내려면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김회장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2개월(부도유예기간)동안 서로 시간벌기에 들어갔지만 어차피 김회장을 몰아내려는 채권단과 이를 거부하는 김회장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3자인수를 위한 물밑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이성철·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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