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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펜팔집으로 여름휴가 갑니다”/김묘환·유현주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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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펜팔집으로 여름휴가 갑니다”/김묘환·유현주씨 가족

입력
199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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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부터 해마다 번갈아서 상대 방문/숙식해결 하면서 문화·생활 밀착 체험여름휴가동안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비용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는 14일 5살된 아들을 데리고 일본 후쿠오카(복강)현으로 떠나는 김묘환(38·패션정보사 「넬리로디」 한국지사 대표) 유현주(33·주부)씨 부부는 이번 여행을 위해 항공권만 준비했다. 부인 유씨가 93년 1월부터 사귀고 있는 일본인펜팔친구 요네다 사치요(미전 행대·41·주부)씨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팔을 시작한 해 여름부터 양쪽가족이 번갈아 상대방 나라를 방문했기 때문에 김씨가족의 일본방문은 벌써 3번째가 된다.

부부는 『교환방문을 통해 상대방의 전통문화와 가족생활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어 참 좋다』고 입을 모은다.

유씨가 펜팔을 시작한 동기는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 둔뒤 시작한 일본어공부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잡지의 펜팔안내란을 보고 편지를 보낸 사람이 요네다씨. 마침 그도 교사직을 그만두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참이라 펜팔에 적극적이었다. 유씨는 일본어로, 요네다씨는 한국어로 한달에 2∼3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김씨부부는 그해 여름 요네다씨 가족을 서울로 초청했다. 25평의 넓지 않은 집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일주일동안 함께 생활하고 대전엑스포에 구경다니면서 외국인에 대한 어색한 느낌은 말끔히 가셨다. 남편들끼리도 금새 친해졌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두사람은 부인들의 통역을 받아가며 인터넷이나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요네다씨 가족은 떠나면서 3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정성스러운 손님대접이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더치페이」에 익숙한 그들로서는 그냥 떠날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다음부터는 서로 10만∼15만원정도 내놓음으로써 서로 마음의 부담을 덜기로 했다. 94, 95년 여름은 김씨가족의 일본방문. 나가사키현(장기) 구마모토현(태본) 등 인근지역을 관광하거나 바다와 접한 요네다씨집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기도 했다. 유씨는 『그때 지내면서 일본인은 겉으로만 친절한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절약정신과 청결한 점, 자녀를 강인하게 키우는 점 등 배울 점이 참 많았다』고 전한다.

95년 겨울에는 「눈구경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는 요네다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혼자 서울에 와 놀다갔다. 지난해 겨울에는 김씨의 부모님이 벳부(별부)온천에 관광하러 가는 김에 요네다씨집에 들러 따뜻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김치를 좋아하는 요네다씨 가족을 위해 그때 김치를 담가주었다는 어머니는 올해 김씨가족이 일본가는 길에 가져갈 고추가루를 미리 챙겨놓으셨다.

며칠전 전화를 걸어온 요네다씨는 『남편이 그동안 두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CD롬에 저장해 두었다』고 말하며 이들의 도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일본어검정시험 1급에 합격한 유씨와 그동안 한국어에 훨씬 능숙해진 요네다씨는 오랜만에 만나면 또 새벽까지 가족얘기와 문화재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될 것같다. 정신대와 독도문제도 빠지지 않고 화제에 오르겠지만 이들의 돈독한 우정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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