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철학과 이정우(38) 교수가 쓴 「가로지르기」는 우리 시대의 위기상황에 대한 철학적 대응이다. 탈이데올로기의 흐름을 타고 더 교묘하게 대중을 지배하는 새 이데올로기들의 출현, 후기자본주의적 분열증의 팽배 등 몇년 새 현실은 격변했다. 그것은 「욕구와 권력의 놀이들을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코드들이 변환」됐기 때문이다. 책의 표현대로 「딴따라의 시대」, 예술은, 문학은, 그리고 마침내 철학은 무엇인가?그는 가로지르기(transversality), 즉 새롭게 사유할 것을 주장한다. 기존의 사유틀을 횡단하면서 새로운 사유―행위계열을 창조하고, 그로부터 가능한 소통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도입부는 세계철학의 주체 프랑스 현대철학 이야기다. 한국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이어진다. 때로 그는 놀라우리만치 직설적이다. 이 책이 여느 철학서적과는 달리, 선명하게 다가오는 데는 그같은 이유도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복제시대 인간의 운명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샤론 스톤의 음모를 보며, 장정일이 열심히 포르노소설을 쓰지 않아도 몇 천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포르노를 볼 수 있다…』 말미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하여」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명쾌하다. 『철학의 과제가 시대를 개념화하는 것이라면, 이 책의 과제는 곧 1990년대를 개념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민음사 발행, 1만원.<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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