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개월 안돼 예산 대폭삭감계획 축소/연구인력·실험실습시설 확보 ‘제자리걸음’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고등과학원이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등 유명무실화하고있다.
고등과학원은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 재직시절 기초과학에 전념,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하는 등 화려한 청사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지 10개월도 채 안돼 대폭적인 예산삭감으로 연구분야가 크게 축소돼 설립취지가 모호해지고 있다.
아직 원장조차 선출하지 못하고 석학교수 1명, 교수 2명, 연구원 5명 등 유치인원이 모두 8명에 불과하다. 교수중 1명은 그나마 연중 4개월만 근무하는 교환직이다. 9월부터 물리분야 연구원 6명이 합류해도 당초 과기처가 계획했던 인원의 20%에 그치는 수준이다. 과기처는 고등과학원을 설립하면서 올해까지 석학교수 6명, 교수 20명, 연구원 40명 등 모두 66명의 연구진을 확보한 뒤 2000년까지 165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차질은 국내외 저명한 과학자들이 고등과학원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스카우트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연구분야도 현재의 수학 물리 외에 올해안에 생물 화학을 신설키로 했으나 실험실습시설 등을 확보하지 못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뿐만아니라 외국 학자들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서울에 연구실을 마련하겠다던 당초 계획도 무산됐다. 과기처는 올해 초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분원에 있는 고등과학원의 연구실을 99년까지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대덕연구단지로의 이전은 고등과학원이 국내 연구소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KAIST부설의 고등과학원을 2000년부터 독립기관으로 육성, 미국의 프린스턴고등연구원,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세계 굴지의 연구기관에 못지않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무색해졌다.
내년 예산도 인건비 등 20억원에 불과, 악순환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과기처 관계자는 『당초 계획을 너무 방대하게 설정한 것은 사실』이라며 『무리한 계획을 수정했을 뿐 설립취지를 축소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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