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택시를 타면 운전석 근처에서 흔히 보이는 그림 하나. 기도하는 어린 소녀다. 거기에는 반드시 「오늘도 무사히!」라는 표제가 붙어있다.나는 이 그림을 볼때마다 미소짓는다. 그 운전사의 화목한 가족관계를 보는 것 같아서다. 아내와 딸은 가장의 안전을 위하여 기도하고, 가장은 여성들의 기도를 몸으로 느끼며 일한다. 이것이 우리네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여성은 기도한다. 그들은 종교적이며 교회나 절에서 여성신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에 비해서 최소한 갑절이상이다. 어떤 종교든지 주력부대는 여성이다.
여성이 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웬만한 건 다 기도로 해결하려 드는데 문제가 있다. 입시철이 되어 보라. 교회나 절은 기구하는 여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용하다는 명산대찰을 관광버스로 순례하는 그들때문에 한적한 산사앞 거리가 교통이 마비되기도 한다.
한 남학생이 경쟁률이 4대 1이나 되는 모 신학대학의 입학시험장에 들어섰다. 물론 어머니와 누이는 정문밖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첫 시간 시험을 치르고 나서 쉬는 시간이다. 학생은 기도하려고 무릎을 꿇다가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고 놀랐다. 자기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눈감고 손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깨달았다. 아무리 기도해봤자 4명중 3명은 떨어진다는 것을. 이것은 실제 이야기다.
그런데도 우리 집 여인들(아내와 어머니)은 기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나는 늘 『강물에 바윗돌을 던져놓고 떠올라라, 떠올라라 기도한다고 그게 떠오르겠어?』하고 말하지만 기도에 관한한 두 여인에겐 설득이 안 통한다.
얼마전 두 여인은 KBS의 「가요무대」에 초대되었다. 고부특집프로였다. 사회자와 대담을 하는 시간은 불과 5분이었지만 아무리 짧은 대담이라도 준비는 성의있게 해야 할 것아닌가. 그러나 전날 두 여인은 방송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채 북한산으로 교회소풍을 갔다가 밤늦게야 돌아왔다. 교회행사가 중요하지, 방송국가서 할 말쯤이야 기도 한번 하면 하느님께서 그때그때 일러주실테지 하는 배짱이다. 다음날 아침 나는 한심해서 『방송국가서 웃기지 못하면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기도가 통하기는 했는지 두 여인은 녹화를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왔다. 나를 보자 아내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아침에 부부싸움하는 걸 보고 작은 애가 뭐라고 그랬는지나 알아요?』
『몰라』
『당신하고 이혼하고 부드러운 남자 만나서 살래요』
『좋지 나도 젊고 예쁜 여자 만나게』
그녀는 갑자기 열이 올라 소리쳤다.
『푸닥거리 좋아하는 여자나 걸려라』
한윤수씨는 48년 청주에서 태어난 출판인. 「고부일기」를 쓴 김민희씨의 남편이자 「붕어빵은 왜 사왔니」를 쓴 천정희씨의 아들로 두 여인 사이에 부대끼는 심정을 「내 속 썩는 것은 아무도 몰라」라는 책으로 펴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