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대표 아들의 병역면제를 둘러 싼 저간의 시비가 공문서 변조 의혹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이대표측은 야당의 헐뜯기 정치공세가 이제는 국가기관이 작성한 공문서를 의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록이 신성불가침의 절대자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닌 바에야 의혹이 제기되었으면 작성자의 실수나 잘못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실제로 병무청장은 이대표 차남의 기록표에 백부모의 이름이 잘못 기록됐었음을 시인했다. 논란의 초점은 국방부나 병무청이 처음부터 병적기록표를 공개해 국민의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줬더라면 큰 시비 없이 처리됐을 일을, 뭣 때문에 총리와 장관의 국회답변이 다르고 장관과 병무청장의 얘기가 서로 아구가 안 맞아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됐느냐에 있다.
그 이유는 두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기록표 작성과정을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장관이나 병무청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거나 정치적인 사안 대응에 미숙해 갈팡질팡하다 보니 공연히 의혹을 부풀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막중한 국사를 다루는 정부각료의 자세가 좀더 긴장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반성하는 것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만약 이번 일이 전자의 경우라면 그것은 병무부정사건으로 수사당국이 정식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그러나 사법당국이 나설 만큼 명백한 부정사실이 없다면, 이 일은 대통령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거기에 대해 이대표의 성의있는 해명을 듣는 것으로 끝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면 그것은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마음가짐을 새삼 들먹일 것도 없이 병역의무의 공평한 이행은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것이 정의고 도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정의를 볼모로, 확실한 근거없이 문제를 확대해 끊임없이 소모적 정쟁으로 끌고 가려는 정치행위에도 우리는 찬성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공개된 병적기록표 원본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정부는 자체조사를 통해서라도 의문점을 밝히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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