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만화가 이현세씨를 소환조사하자 한국만화가협회 등 9개 만화단체로 구성된 「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정부의 무차별적 단속과 규제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30일에는 대검찰청을 방문, 항의문을 전달했다.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7월 들어 돌출되고 있는 이런 현상을 보면 검찰의 조급함과 과잉대응, 국가정책의 조율부족 등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만화의 산업적·문화적 기능에 대해 뒤늦게 눈뜬 우리 사회는 근년 들어 10개 가까운 대학과 전문대학에 만화학과를 개설, 이 분야를 중점육성하기 시작했으며 대표적 작가의 한 명인 이씨는 현재 만화학과 교수이다.
또한 문화체육부는 만화산업을 육성하고 일본의 저질만화에 잠식당한 우리 만화시장을 만회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곧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한 이해가 없이 검찰은 이씨 등 주요 만화가들을 소환, 작품의 한 부분만을 강조하며 마치 파렴치범이나 흉악범 다루듯 「단속」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국가정책의 일관성결여 측면에서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씨 등 소환됐던 인기 만화가들의 작품이 사회를 파괴할 정도로 음란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옹호할 의사는 없다. 새 청소년보호법 45조는 간행물윤리위를 격상시켜 음란·폭력성의 간행물로부터 청소년보호기능을 강화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화·건국시대를 그린 이씨의 만화 「천국의 신화」만 하더라도 이 법에 맞게 성인용과 청소년용을 구별하여 성인용에 합당하도록 포장판매하고 있으며, 간행물윤리위로부터 가장 가벼운 조치인 「주의」를 받은 작품이다.
검찰은 이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간행물윤리위의 이 조치를 무시해선 안된다. 이 조치에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표현의 수준이 많이 높아진 점 등의 세태가 고려된 것으로 판단된다. 만화를 포함한 문화는 엄격한 잣대로 재단하고 단속하기 보다는, 민간자율기구의 감시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성숙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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