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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질문에 원론적 답변/TV토론회 이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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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질문에 원론적 답변/TV토론회 이것이 문제였다

입력
1997.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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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지루했던 100분3당 대통령후보의 TV토론회를 지켜본 언론학자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이번토론회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후보들을 비교 검증할 수 있는 합동토론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편집자 주>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를

▲안광식(이화여대 신방과 교수)=토론 진행방식이나 내용이 모두 지루했다. 질문과 답변도 이미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패널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너무 조심하는 것 같았고 후보들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간 여러 차례 TV토론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제 새로운 것을 원한다. 이번 토론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런 식의 토론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검증작업이 아니라 요식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세 후보가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토론을 누가 주관하느냐도 문제다. 그간 방송사와 신문사가 토론을 주관하면서 토론자체보다 자사 선전과 시청률 경쟁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다.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도 이루어져 한다. TV토론은 장단점이 있다. TV토론을 누가 잘 하느냐가 득표수로 그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반시민도 패널로 내세우자

▲김경근(고려대 신방과 교수)=지난번 대선후보·주자 토론회 당시의 질문·답변의 재탕이어서 마치 몇년 지난 연속극의 재방송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패녈과 후보의 일문일답이라는 방식의 한계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에 돌아가며 질문하는 형식이 고정됐기 때문에 수학공식풀기 식의 토론회가 된 것이다. 토론회의 틀을 바꾸려면 후보끼리 100분간 한 분야에 대해 토론을 벌이거나 여러 사람과 자유토론을 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야 후보들도 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고 보는 이들도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또 패널의 구성도 학자 등 식자층에서 벗어나 시민을 내세워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농촌과 어촌의 주민, 상인 등을 패널에 포함시켜 생활 속의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보충질문 없는 것이 치명적 결함

▲임순혜(KNCC 언론위원회 방송모니터팀장)=30초 질문과 2분 답변 형식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보충질문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이번 토론회의 치명적 결함이었다. 패널이 후보들의 원론적 답변에 대해 흡족해하지 않는 표정이 역력한데도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며 답답해 한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후보별로 차별화가 안됐기 때문에 TV토론을 보고 나서도 어느 후보가 나은지 시청자들이 판단하기 힘들었다. 또 이회창 후보의 경우에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에 대해 2분이 넘도록 답변을 했는데 이는 형평에 어긋나며 이런 식으로 해명의 기회를 준 것도 잘못됐다고 본다. 좌담회 정도의 수준에 머무른 이번 TV토론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역시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쟁점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주고 받는 합동토론회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후보 토론 사실상 무의미

▲이승정(서울YMCA청소년사업부장)=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꼼꼼히 TV를 본다면 각 후보를 비교 검증할 수 있겠지만 어느 시청자가 모니터요원처럼 관심을 갖고 TV를 보겠는가. 무엇보다 개별 후보자 토론이라는 형식이 문제다. 패널의 질문은 깊이는 없이 겉핥기식에 불과했고, 특히 방송 3사에서 나온 패널은 모두 정치부기자 출신이라 질문도 정치쪽에 치운 친 감이 없지 않다. 또 사회자는 한 일이 없다. 후보의 답변이 2분이 넘어도 제재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형식의 토론회가 앞으로 9차례나 더 있다니 이를 계속 지켜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전파의 낭비에 불과하다. 모처럼 펼쳐진 미디어정치에 오히려 시청자들이 식상해 할까 걱정이다. 후보자간 공동토론, 시민단체로 구성된 TV토론회 특별위원회구성, 전화·PC통신·팩스를 통한 시청자 참여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방송사는 중계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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