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넘어간다” 위기감 작용/당분간 자동차 3사체제 유지 의도/기아차분할인수 “교두보” 의미도현대와 대우의 기아특수강 공동경영은 채권은행단의 「기아판결」을 하루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결정은 이같은 합의시점이나 합의당사자의 비중과 내용 등을 감안할 때 담고있는 의미가 매우 심장하다.
우선 벼랑끝에 몰린 한 기업에 대해 동종업계, 더나가 재계 스스로의 처리해법이 사상 처음 제시됐다는 점에서 뜻깊다. 또한 기아가 자생하지 못할 경우 기아그룹의 자동차부문을 나누어 인수한다는 현대 대우의 의도가 이번 결정으로 보다 명확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아자동차가 삼성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현대와 대우의 위기감이 이같은 결정으로 발전됐다는 사실이다. 현대와 대우가 「반삼성」 방패막이에 공동으로 나선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대우는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원칙에 합의한 뒤 『기아를 살리기 위해 양대 그룹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공동경영참여가 순수하게 「기아 살리기」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아그룹에서 가장 취약한 기아특수강을 지원함으로써 기아를 실질적으로 돕고 부품 납품사인 기아특수강이 어려워지면 현대나 대우 모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는 공식 설명이다. 기아그룹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등 그동안 일관되게 기아를 지원해온 양대그룹의 기아살리기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사실 현대와 대우는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이 결정된 7월15일 기아자동차가 발행한 8백억원어치의 사모전환사채(CB)를 현대 5백억원, 대우 3백억원 등으로 나누어 매입했었다. 이후에도 양그룹 최고 경영층은 관계요로를 돌며 적극적인 기아지원을 호소하고 다녔다. 따라서 기아살리기에 양대 그룹이 힘을 모았다는 설명도 분명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양그룹의 이번 결정은 이같은 단순한 의미이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크게는 「삼성의 기아인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현대와 대우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사실 세간에는 『정부 핵심계층을 비롯한 정책결정권자들이 기아를 삼성에 넘기려 한다』는 소문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대그룹이 「반삼성의 깃발」을 높이들고 기아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셈이다.
이는 또 기아그룹의 앞날을 점칠 수 있는 단초로도 풀이된다. 단기적으로는 현대와 대우가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기아그룹을 살려 잠재력이 간단치 않은 삼성을 배제한 채 자동차 3사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담고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또 기아그룹의 자동차부문을 현대와 대우가 분할 인수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기아그룹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빠진 기아특수강을 살림으로써 기아자동차 인수의 명분을 쌓고 기아그룹내 정서에 보다 가까이 다가선다는 분석이다.
현대와 대우의 전격적인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결정은 따라서 앞으로 기아그룹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확실한 잣대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채권은행단이 양그룹의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 1일 회의에 반영할지는 물론 미지수다. 유독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책당국에 제시된 새로운 부실기업 정리해법은 포철과 동국제강이 제시한 자산인수방식과 함께 앞으로 줄을 이을 부실기업 정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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