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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구의 허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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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구의 허실(사설)

입력
199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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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의 자력회생은 그룹 자체의 자구노력, 채권금융단과 정부의 협력과 지원 등이 3위1체를 이뤄야 가능하다.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특히 중요한 것이 경영자의 능력과 의지다.기아그룹의 경우는 오늘날의 경영실패를 가져온 김선홍 회장체제가 『재건시킨 후 물러난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영권을 계속 장악한채 자구계획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과연 스스로 범한 경영부실을 척결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강성으로 이름난 노조를 설득, 노조 자체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희생적인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노조의 협력을 얻은 다음에는 채권은행단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받아내야 한다. 우선은 채권은행단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자구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기아경영진이 내놓은 자구계획은 일단은 상당히 획기적이라 하겠다. 자산 15조원 계열기업 28개사의 그룹을 자산 10여조원 계열기업 5개사의 자동차전문 소그룹으로 대폭 축소 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최대의 계열기업인 아시아자동차는 광주공장부지와 특장 및 주조사업을 매각, 축소한 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통합하는 것으로 했다. 또한 기아그룹 경영부실의 주요요인인 기아특수강은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하여 산은의 출자전환이 아니면 제3자 인수방향으로 추진하고 역시 적자 대형계열사인 기산은 계열에서 분리,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재무구조개선 대책으로 여의도본사사옥, 기아농구단 등 3조1,000억원 규모의 부동산과 기타자산을 매각하고 기산의 계열분리 등으로 총 5조7,000억원의 자산처분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력도 임원 35%, 부차장급 20%, 평사원 8% 등 연말까지 8,800여명(16%)을 감원, 총임직원을 4만4,000여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의 이 자구책이 나름대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라고 할지 모르나 기아 자체의 의지대로 될 수 없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기아특수강 문제가 그것중의 하나다. 기아특수강은 산업은행으로부터 4,300억원 등 은행·제2금융권 등으로부터 모두 9,300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는데 총부채 1조3,000억원, 총자산 1조3,000억원, 매출액 3,200억원, 결손(96년) 895억원의 대표적 부실계열사다. 과잉설비로 만성적인 적자다. 주식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어떻게 설득할지 의문이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기아노조의 자세다. 기아를 회생시키려면 노조가 감원, 임금동결, 무쟁의보장 등 불이익이 되는 자구조처를 수용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는지 분명치 않다. 기아노조는 이 문제와 관련,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는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분규없는 신뢰받는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노사공동결의문을 내놓았으나 그 의미가 뚜렷지 않다. 노조 자체도 기아의 오늘에 대해 적지않은 책임이 있는 만큼 자구노력에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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