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 총리는 최근 냉전시대의 앙숙이었던 러시아에게 부드러운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 일본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신뢰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양국의 상호이익을 추구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시모토 총리는 또 러·일간의 최대 현안인 「북방영토」문제에 관해 『어느 한쪽이 승자와 패자의 형태로 결착되는 해결이어서는 안된다』고 밝혀 화해 무드를 고조시켰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신뢰」 「상호이익」 「장기적인 안목」의 대러시아 신 3대정책으로 요약했다.일본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영토문제에까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러시아에게 접근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본과 러시아는 냉전이 끝난뒤에도 한동안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일본은 「정경불가분원칙」, 즉 북방 영토문제의 해결없이는 경제관계의 진전도 없다는 외교방침을 고집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었다.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변신 배경을 찾자면 러시아의 변화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덴버 G8정상회담에서 일본을 겨냥했던 전략핵미사일의 목표수정을 약속했다. 나아가 북방영토 주변에서의 일본어선 안전조업 교섭에서도 양보의사를 내비쳤다. 결국 일본은 러시아를 더이상 적대시하는 냉전적 사고로는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의 대러시아 접근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은 미국과 어느때보다도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도 관계개선을 이루어 이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고히하려는 것이다. 국제정세가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불쌍한」한반도는 마치 백여년전의 그때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친 자조일까.<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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