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바위 일출의 장엄함/바다낚시의 짜릿함/은빛 백사장의 유혹/해암정·죽서루·무릉계곡… 추암이 나를 부른다새벽 4시40분. 사위가 어슴푸레하다. 5분쯤 지났을까. 검푸른 듯 하던 수평선이 갑자기 붉게 달아오른다. 그 위로 붉은 해가 수줍게 머리를 들이민다. 어느새, 바다의 품에서 벗어난 해가 환한 웃음을 머금고 두둥실 떠오른다. 해는 활시위를 떠났다. 멈칫거리지 않고 온 누리의 아침을 연다.
강원 동해시 북평동 추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해의 진주 같은 곳이다. 명물인 촛대바위 너머로 보는 일출이 장관일 뿐 아니라 바다낚시와 해수욕을 겸한 피서, 고적답사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추암의 일출은 해변 왼쪽 동산에 올라 해높이에 따라 형태와 색깔이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수면 위 기암괴석을 감상하는데 묘미가 있다. 「소금강」으로도 불리는 기암괴석은 금강산의 일만이천 봉우리를 축소해 놓은 듯한데 보기에 따라 폭포, 불상, 해골, 문어 등 다양하게 변한다. 기암괴석 앞에 일부러 꽂아놓은 듯 수면 위로 뾰족하게 솟은 바위가 촛대바위. 촛대바위 위에 걸린 일출은 추암의 으뜸가는 장관이다.
이 곳의 바다낚시는 초보자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쉽게 고기가 잡힌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나 할까. 보통 일출을 즐긴 뒤 상오 5시 조금 지나 배를 타고나가 4시간여 동안 낚시를 즐긴다. 2∼3톤급 어선을 빌려타고 해변에서 300m떨어진 바다로 나아가 릴낚시를 하는데 우럭, 노랭이, 가자미, 도다리 등이 주로 잡힌다. 추암에는 어선을 빌려주는 곳이 7∼8 곳 되며 비용은 1인당 3만원 정도. 어선대여를 하는 해녀횟집 주인 김구하(50)씨는 『1시간이면 가자미나 도다리 40마리는 잡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
추암은 해수욕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양쪽 바위 사이로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데 가운데가 쏙 들어간 반달 모양이다. 해변길이가 200m 밖에 안되지만 고운 모래는 피서객을 유혹하고도 남는다. 요즘 하루 평균 피서객은 200여명. 지난해 피크 때는 1,600여명이 몰렸다. 파도가 좀 거칠어 주의해야 한다.
추암을 얘기할 때 뺄 수 없는 곳이 기암괴석 뒷편에 자리잡은 해암정이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사방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술술 통하는 누마루 형식이다. 뒤쪽 문을 열어 젖히면 갖가지 형상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서있다. 바다라는 자연 자체를 집 안으로 끌어들여 정원을 삼은 조경법이 단연 돋보인다. 해암정은 고려 공민왕 때 한림원사라는 높은 벼슬을 지낸 심동로가 정치에 환멸을 느껴 부모 공양을 핑계로 통천군수로 낙향해 1361년 만든 일종의 별장이다.
추암 주변에는 많은 고적과 천혜의 자연이 있다. 승용차로 1∼2시간 거리이다. 대표적인 고적이 죽서루(보물 제213호)와 척주동해비. 삼척시 성내동 오십천변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는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해안이 아닌 내륙에 있어 유명하다.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데 이중 9개의 기둥은 자연석 위에 세워져 있고 누대 안에는 조선 숙종의 시, 율곡의 시 등이 쓰인 10여개의 현판이 있다. 삼척시 정라동 척주동해비는 높이 170.5㎝, 너비 76㎝, 두께 23㎝ 크기. 삼척부사로 부임한 유학자 허목(1595∼1682년)이 심한 폭풍으로 인한 물난리를 막기 위해 1661년 동해를 예찬한 시를 새겨 세웠다. 글씨는 전서체. 해일이 일어도 바닷물이 이 비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동해시 삼화동 무릉계곡도 놓칠 수 없다. 약 14㎞에 달하는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형성된 비경이다. 계곡을 따라 무릉반석을 비롯한 금란정, 삼화사, 용추폭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승이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 좀 내려와 삼척시 도계읍 신리에 있는 화전민의 집(너와집)도 메마른 도시인에게 동심을 불어넣어준다.<동해·삼척=서사봉 기자>동해·삼척=서사봉>
◎교통·숙박/새말IC→42번국도 시간절약/민박 외엔 숙박시설 없어요
영동고속도로 강릉IC에서 동해고속도로로 빠진다. 천곡교차로에서 7번국도를 타고 삼척 쪽으로 가다보면 효가4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하면 동해역, 우회전하면 두타산 무릉계곡으로 갈 수 있는데 직진해서 삼척쪽으로 4.8㎞ 가량 달리다 전주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유공주유소가 나온다. 주유소를 끼고 좌회전해 시멘트길을 따라 2.5㎞가면 해암정이 있는 추암이다. 승용차는 마을 안까지 들어가지만 대형버스는 마을 앞 굴다리까지만 간다. 추암에서 동해시까지는 하루 다섯번 버스가 다닌다. 하루 세번 서울로 떠나는 전세 관광버스가 귀경객을 모집한다. 주유소 앞 큰길에는 동해―삼척간 버스가 자주 다닌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고속도로통행료를 아끼고 이동시간도 2시간 가량 절약할 수 있는 샛길이 있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빠져나와 42번국도를 타고 정선―임계―백복령―달방댐―동해시를 거치는 코스다. 특히 동해고속도로에 진입한 이후 동해시까지 이르는 20㎞ 구간은 시멘트 운반트럭으로 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지리에 자신이 있으면 샛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추암에는 민박 외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전체 76가구 중 44가구가 민박손님을 받고 있는데 모두 바닷가에 접해 있어 밤새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횟집을 겸하는 집이 많으며 일출 좋은 새벽이면 방문을 두드려 알려준다. 민박요금은 1박기준 2만∼4만원. 문의-추암 바다민원실(0394-522-4060)<서사봉 기자>서사봉>
◎추암 일출 찍는 법/카메라를 수동상태로 바꾸고 하늘·구름밝기따라 노출 조절
추암리 촛대바위 일출은 카메라 상태를 수동으로 바꾸고 하늘이나 구름의 밝기에 노출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전체 풍경은 적절한 밝기로 보이고 태양은 노출과다가 되어 상대적으로 밝게 나타난다. 구름이나 하늘은 그윽한 여명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주며, 전경의 나무, 촛대바위, 사람들은 실루엣으로 나타나 정서가 풍부한 사진이 된다.
플래시를 터뜨리면 사람의 얼굴표정까지도 담을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셔터 스피드를 60분의 1초로 맞추어야 한다. ASA 100의 필름은 셔터 스피드를 60분의 1초로 조정하고 조리개를 F11, ASA 200 필름은 F16, ASA 400 필름은 F22로 변경해야 한다.
특히 해 뜨는 광경을 약 10∼20초 간격으로 연속 찍으면서 단계적으로 노출을 늘이거나 줄이면 다양한 일출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일출 같은 역광 피사체를 찍을 때는 렌즈를 깨끗이 해두어야 산란광이 생기지 않으며 보다 생생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필터를 끼우는 것도 요령이다. 망원렌즈를 사용하면 태양과 주변전경의 간격을 줄일 수 있어 분위기 있는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다.<김건수 사진부 기자>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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