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우리 영화계는 낡은 옷을 벗어 버리고 국제화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션의 옷을 입고 있다. 국제영화제라는 겉옷과 한국영화전용관이라는 속옷을 모두 갈아입는 것이다. 「서울국제가족영화제」(8월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와 「서울애니메이션 엑스포」(8월3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등)라는 두개의 국제영화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경쟁의식과 개인주의화로 가족의 유대감마저 찢기고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가족애와 형제애의 소중함을 환기시켜 주는 작품들과, 기발한 상상력과 표현방식으로 우리의 사고영역을 한껏 넓혀주는 만화영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가족영화는 1백28편이, 애니메이션은 40편이 상영되어 영상표현의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다. 8월말부터는 환상을 주제로 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고, 9월초에는 동성애문제 등을 다루는 「서울퀴어영화제」도 개최된다. ◆최근 서울 허리우드극장에는 3백석을 지닌 국내 최초의 한국영화전용관이 문을 열어 우리 영화들이 제 땅에 뿌리 내리는 일을 도와주게 되었다.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과 「오발탄」 등 과거의 유명작품이 개관기념작으로 상영되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극장은 또 심야에 무료로 「한국공포영화제」를 열어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서늘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우리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기에는 「21세기에는 영상분야의 산업적·문화적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란 영화인들의 자각과 전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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