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로 불리는 러시아도 여름 정경만은 어느 나라에 못지 않다. 2주일째 섭씨 23∼27도의 낮기온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모스크바 강변이나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들의 모습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모스크바를 둘러싼 짙은 삼림은 높고 푸르고 넓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상반신을 거의 드러낸 팔등신 미녀들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5월말 모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모스크바 주변의 「다차」(시골별장)촌도 생기를 되찾았다. 풍성한 텃밭에서 땀흘리는 부모곁에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정겹기만 하다. 다차는 러시아의 독특한 여름문화를 만드는 삶의 터전이다. 별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누추하고 불편하지만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휴식과 안식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자연에 묻혀 텃밭에서 야채를 기르고 숲속에서 버섯이나 산열매를 따는 즐거움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이다. 여름휴가지가 따로 없다.
청소년들의 「여름나기」 장소로는 「파아네르스키 라게리」(청소년 캠프)도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시설이 낡고 노후했지만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라게리는 청소년의 호연지기를 기르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라게리는 대부분 도심에서 50∼70㎞ 떨어진 숲속이나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라게리는 모스크바 인근에만 30여곳. 한달 단위로 먹고자고 생활하는 비용은 1인당 180만루블(27만원)안팎이다.
청소년들은 여기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과 협동정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운다. 처음으로 부모품을 떠나는 7, 8세 어린이의 울먹이는 모습에서는 자연스럽게 참교육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서 스스로 자연을 익힌 어린이들이 우주선을 만들고 자연을 정복하러 떠나는 게 아닐까.
방학이면 각종 과외로 더욱 바빠지는 한국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풍성한 자연의 품속에서 한여름을 나는 러시아 어린이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물보다 사람이, 나무보다 텐트가 더 많아 보이는 피서지에서 바가지 상혼에 부대끼며 여름 휴가를 보내야 하는 우리가 진정 자연과 함께 할 날은 언제일까.<모스크바>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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