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러들이 소속회사의 통제를 벗어난 환거래로 거액을 날리게 되자 책임소재를 놓고 투자기업과 종금사간에 맞고소사태가 벌어졌다. (주)코오롱은 29일 100억원대의 외환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사 외환담당 J과장과 한솔종금의 코오롱 외환거래 담당자 2명을 업무상배임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코오롱측에 따르면 코오롱의 외환거래를 위임받은 한솔종금 외환딜러들은 지난해 엔화가 급등하기 직전 시점에서 엔화를 팔고 미화 1억달러를 매입, 코오롱측에 대규모 환차손을 입혔다. 코오롱은 이같은 손실의 책임을 물어 2월 J과장의 딜러자격을 박탈했음에도 한솔종금이 J과장과 거래를 지속, 모두 100억원의 외환손실을 냈다고 주장했다. 코오롱은 또 지난해 12월 외환거래에서 최소 160만달러의 이익이 발생하자 코오롱 외환담당자와 짜고 40만달러만 코오롱측에 입금, 나머지 120만달러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솔종금은 『코오롱으로부터 정식위임받은 사람과 외환거래를 했고 적법한 거래확인서까지 받았기 때문에 적법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코오롱은 오히려 환차손에 따른 11억9,500만엔(100억원)을 외환거래 만기일인 9월30일까지 한솔종금측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솔종금은 이날 코오롱과의 외환거래약정서와 관련서류를 공개하는 한편 조만간 무고 및 명예훼손혐의로 코오롱을 고소하는 등 법적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제금융업무를 급속히 확대해온 종금사들의 무리한 영업양태와 기업의 허술한 내부 외환거래통제가 겹쳐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한솔종금을 포함, 2∼3개 종금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외환딜러를 스카우트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외환업무를 독려해왔다. 한솔종금의 외환딜러 역시 지난해 모 그룹에서 스카우트된 경력 5년 미만의 젊은 외환딜러였다. 1억달러라는 거액을 한번에 투자,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은 이같은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파생금융상품에 못지않은 투기적 성격을 지닌 환거래에서 상식이상의 거액을 한번에 투자하도록 방치한 대기업들의 외환딜링양태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또 외환딜러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이 계속 환거래를 할 수 있었던 점은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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