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된다. 머리가 맑지 않고 항상 멍하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낮에도 졸립기만 하다…」 과중한 학업부담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이 자주 호소하는 증상들이다.한방에서는 청소년기를 「피가 끓는 시기」로 본다. 자연히 상체로 열이 많이 올라간다. 더욱이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과 머리에 열이 가중되면 축농증 비염 만성기침 중이염 등의 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상대적으로 하체가 냉해져 설사 변비 복통 식욕부진 등이 자주 발생한다. 「과사상비」라고 머리를 많이 쓰면 위나 장에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경이 예민해져 정신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흔하다.
○집중력 저하땐 비염 우려
경희대한방병원 정규만(53·소아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학생건강클리닉을 개설, 수험생 관련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오고 있다. 정교수에 따르면 클리닉에 내원하는 수험생의 60%는 비염이나 축농증 등으로 고생하는 비성주의산만증 환자. 정교수는 『머리가 맑지 않고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 콧병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30%가량은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을 호소하는 위장병 환자, 나머지 10%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긴장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불안신경증 환자이다.
치료법은 가슴과 머리의 열을 식혀주는 청상, 위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소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뇌신경을 활성화하는 안신이 기본이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장점을 찾아 격려해주고 과잉기대 등 정신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위장의 혈액순환이 잘 안돼 냉해지기 쉬우므로 찬음식보다는 더운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정교수는 『수험생이 안쓰럽다고 개소주 등을 함부로 쓰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기풀기로 스트레스 치료
경산대한방병원장 정대규(43·신경정신과) 교수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신경증 치료의 권위자. 청소년기는 공부 이성문제 진로결정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돼 극단적 사고에 빠지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기울증이라고 한다. 기가 흐르는 통로의 어느 한 곳이 맺혀 모든 생리기능이 침체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정서불안 긴장감 불면증 두통 무기력 소화불량 생리통 등이 나타난다.
치료는 침이나 약물 등으로 맺혀있는 기를 풀어줌으로써 경락의 흐름을 원활히 한다. 조깅 산책 등의 유산소운동과 명상, 심호흡, 가벼운 목욕 등도 마음과 육체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교수는 『호두 참깨 잣 등과 국화차 녹차도 뇌신경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잡곡·채소위주 절식 중요
원광대전주한방병원 소아과 과장 박은정(36) 교수는 수험생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질환유무를 확인한 후 적극적인 치료에 임한다. 입시 스트레스로 간기가 막히면 가슴이 답답하고 옆구리가 결리며 목안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여학생의 경우 유방통 생리통도 심하다. 신경이 예민해져 화를 잘 내고 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는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하는 가미소요산 등을 처방한다.
지나치게 걱정을 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면 대뇌피질의 활동력이 억제돼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되며 무기력해지기 쉽다. 이 경우 비위를 보강하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박교수는 『현미 콩 등이 포함된 잡곡밥과 신선한 생선, 녹황색 채소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를 포만감이 느껴지는 양의 80%정도 하면 뇌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수험생 건강수칙◁
1.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2. 하루 6시간의 수면을 꼭 취한다.
3.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4. 과식을 피한다.
5. 야식은 가볍게 하고,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6.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청량음료는 제한한다.
7. 대소변을 오래 참지 않는다.
8. 하루 20분정도 다리에 힘을 주고 빨리 걷는다.
9.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는다.
▷수험생 건강에 나쁜 음식◁
사탕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콜라 사이다 커피 피자 프라이드치킨 튀김류 자장면 라면 소시지 닭고기 햄 빵 매운음식 짠음식<자료:경희대한방병원 학생건강클리닉>자료:경희대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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