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인데…”/수십만명 투표권 박탈/헌법 선거권 규정 불구 선거법 「국내 거주」 한정/“유신시절 야 몰표 우려 제한”대한민국 국민중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유학생, 상사원 등 재외국민들이 그들이다.
헌법 24조에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하위법인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부재자투표의 대상을 「국내거주자」로 제한,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다.
최근 방학을 맞아 귀국한 김모(31·미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씨는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투표할 기회조차 주지않다니 10대 선진국진입을 앞둔 나라에서 있을 법이나 한 일이냐』며 『해외에서 민간사절로 큰 역할을 하는 선동렬 박찬호 선수도 투표권이 없다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은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외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유학생이나 상사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우리는 비공인 한국인」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불만이 높다』면서 『다른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투표권이 없는 한국학생들을 금치산자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6·7대 대통령선거와 7·8대 총선때 독일에 있던 광부와 간호사, 월남파병군인들을 대상으로 해외부재자투표를 실시했으나 72년 유신정부 출범과 함께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해외거주자의 투표권이 사라졌다. 당시 재외국민들이 야당후보에게 몰표를 줄 것을 우려해 투표권을 제한했다는 게 정설이다.
외무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95년 1월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유학생만 66개국에 10만6천45명으로 상사원 해외근무공무원 등을 합치면 재외국민 숫자는 수십만명으로 추산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와관련, 『현행법상 후보자등록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기간이 23일로 규정돼있어 우편투표 등의 방법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부재자투표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해 전반적인 선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해외거주 국민들의 선거권이 제한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재외국민들의 선거권 제한이 기본권 제한이라고 판단, 입법을 추진중이다.
한편 미국과 프랑스 스위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해외거주 자국민에 대해 부재자투표를 엄격히 실시한다. 캐나다의 경우 선거 3∼4개월전 우리의 선관위와 같은 선거관리기구(ELECTION CANADA)에서 해외공관에 자국민들이 사용할 투표용지와 선거관련 정보책자 등을 보내줘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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