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한국당에 계보정치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시도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경선에서 낙선한 후보들이 활로를 모색하는 대안으로 계보정치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낙선후보들이 보수대연합이나 지역연합 등 정치판 전체를 뒤흔드는 흐름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극단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당내에 잔류할 경우 자신들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계보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계보정치의 화두를 던진 사건은 28일 이수성 고문 지지파의 모임이었다. 이날 모임에는 서청원 권정달 장영철 강용식 김동욱 이재오 의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강용식 의원은 『구체적 논의는 없었지만, 이수성 고문을 정점으로 준계보적 활동을 하자는데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인제 지사가 의원회관을 돌며 강삼재 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을 만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지사는 저녁에는 이해구 이성호 안상수 의원 등 경기지역 의원 11명을 만찬에 초청했다. 참석자들중 상당수가 이회창 대표, 이한동 고문계라는 점에서 모임의 정치적 의미는 없지만, 이지사의 활발한 행보는 외연을 넓히고 앞으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병렬 의원도 이날 한백회 소속의원 15명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김덕룡 의원은 경선전부터 이미 준계보 형태의 세를 구축하고 있으며 경선후에도 자주 측근의원들과 회동하고 있다. 그는 국회가 폐회되면 가까운 의원들과 지리산 종주를 할 계획이다. 이한동 고문도 「나라경영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여권내 계보정치의 시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파벌정치를 쉽게 용인하지 않는 여권 권력속성상 이러한 조짐들은 경선이후 활로를 모색하려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대표가 강력한 당 장악력을 갖고있지 않은데다 시대흐름상 권력분산론이 일고 있어 계보정치의 태동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특히 이대표가 공언한대로 부총재체제 도입 등 권력분산의 실천에 나선다면, 준계보정치는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표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당내분열상을 우려, 일사분란한 체제로 선회한다면 계보정치는 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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