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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춘추/임동석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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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춘추/임동석 역

입력
199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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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친구이자 명재상 안자의 ‘세상사는 법’/“거짓된 물음엔 거짓답변이 제격” 등 슬기와 해학 가득요즘처럼 무더운 날, 재미난 얘기 하나. 『경공이 안자에게 물었다. 「동해(지금의 황해) 가운데 어느 곳은 물빛이 붉고,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어 꽃만 피고 열매는 맺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는 어찌 된 것입니까?」 안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옛날 진나라 임금이 용 모양의 배를 타고 천하를 다스릴 때에 누런 보자기에다 찐 대추를 싸서는 동해까지 가서 그것을 던졌다 합니다. 그 누런 보자기 때문에 동해의 물이 붉은 것이고, 찐 대추인 까닭에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경공이 물었다. 「내가 거짓으로 꾸며서 물은 것인데 어찌하여 그렇게 대답하십니까?」 이에 안자가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거짓으로 묻는 말에는 역시 거짓말로 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355쪽).

이 유명한 고사가 실린 중국 고전 「안자춘추」가 건국대 중문과 임동석(48) 교수의 노력으로 깔끔한 우리말 번역본을 얻었다. 이 책은 공자의 친구로서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었던 안자(?∼기원전 500년)의 아름다운 행실과 사적을 모아 편찬한 것. 덕과 도리, 슬기와 재치로 난세를 헤쳐나간 인물이었던 만큼 촌철살인식 해학 속에 독특한 이야기와 감동과 문제해결의 방법을 담고 있다.

일화 하나 더. 『경공이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물었다. 「옛날부터 사람에게 죽음이 없었다면, 그 즐거움이 어떠할까요?」 그러자 안자가 이렇게 답했다. 「옛 사람이 죽지 않았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모든 것을 차지해 즐기고 있을텐데, 임금께서 이런 즐거움을 어찌 맛볼 수 있겠습니까?」』(296쪽). 동문선 한전대계 4권, 3만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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