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금융권 협약내 흡수 등 조치 필요” 지적부도유예협약으로 도산위기를 넘겼던 진로그룹이 협약이 종료되자마자 또다시 최종 부도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구제됐다. 부도유예협약은 부실기업 정상화의 새로운 처방이란 「호평」에도 불구, 이번 진로그룹 부도위기사태로 근본적 불안정성을 또다시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진로그룹 주력기업인 (주)진로는 동화리스가 28일 조흥은행 서울은행 농협 등 3개 은행에 돌린 87억1천3백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뒤 29일낮까지도 결제에 실패, 최종부도위기에 몰렸다가 동화리스측이 어음만기를 연장해주는 바람에 가까스로 도산위기를 벗어났다. (주)진로는 29일에도 삼성생명 융통어음 1백억원과 진성어음 12억4천만원이 돌아왔으나 진성어음은 자체자금으로 막고 융통어음은 만기가 연장돼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부도유예협약 대상 제1호 재벌로 25일 협약종료와 함께 계열사별로 6∼14개월의 대출원금상환 유예혜택을 받은 진로그룹이 또다시 부도위기에 몰린 근본적 이유는 ▲보험 리스 할부금융 등 이른바 「제3금융권」의 부도협약불참과 ▲진로측의 주식포기각서 등 채권서류 제출거부 때문이다.
25일 채권단 회의에서 내려진 진로그룹에 대한 원금상환 유예조치는 은행과 종금사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리스 할부금융 파이낸스등 「제3금융권」에는 진로그룹이 개별적으로 어음교환자제를 요청해 왔지만 이미 3개월간의 부도유예기간으로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어온 이들은 더 이상 진로에 돈을 물려두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진로의 경우 은행 6천6백20억원, 종금 3천6백18억원 등 총 1조원이상의 여신에 대한 원금상환유예조치에도 불구, ▲보험 1천1백93억원 ▲할부금융 2백60억원 ▲신용금고 40억원 ▲리스 3백84억원 ▲파이낸스 2백12억원 ▲렌탈 2백60억원 등 원금유예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3금융권 여신이 2천3백49억원이나 된다. 만약 이들이 동화리스처럼 어음을 돌리기 시작한다면 진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물론 은행에서 긴급자금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여기엔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이 전제된다.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은 『3백69억원의 신규협조융자를 해줄 의사는 있지만 채권서류제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경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진로측은 「부도가 나도 경영권포기각서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3개월간의 부도유예조치와 1년2개월의 추가적 원금상환유예조치의 「특혜」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제3금융권의 어음돌리기와 경영권포기각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진로의 장래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부도유예협약이 부실기업 정상화의 기회로 실효성을 거두려면 어떤 형태로든 제3금융권을 협약내로 흡수하고 해당기업 오너들이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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