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림소재/폐비닐활용 정수시스템 개발/‘비닐쓰레기로 물을 살립니다’/‘4전5기’ 연구끝 91년 제품화/올 예상매출 28억원/아직 순익없지만 후손들을 위한 투자 보람강원 원주시 무실동의 한 주유소 건물 2층에 자리잡은 합자회사 동림소재의 환경기술연구소. 작은 규모의 엉성한 겉모습과는 달리 국내 유일의 「폐합성수지 고다공질 접촉여재」가 탄생한 곳이다.
「폐합성수지 고다공질 접촉여재」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폐비닐을 주원료로 한 「미생물 아파트」. V자를 뒤집은 고깔 모양의 격자에 각종 미생물이 들러 붙어 살면서 폐수의 유기 오염물을 먹어치움으로써 물을 정화하는 첨단 폐수정화시스템이다.
동림소재 조원태(45) 사장은 『기존 제품에 비해 월등한 처리능력과 설비간편성을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싸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제품 개발에서 경영까지를 두루 관장하는 그는 애초에 환경문제에는 문외한이었다. 『건축일을 하다가 환경시설 시공업체를 경영하는 친구를 지켜보면서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사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보다 사업성이 괜찮을 것 같았어요』
자본과 인력 모두 변변하지 못한 가운데 시작한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역학을 전공한 사촌 처남 유기호(41) 이사가 힘을 보탰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실험 도중에 사고가 나 유이사가 다치기도 했다. 국내에 관련 장비가 없어 일일이 새로 만들어 써야만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행운이 찾아 들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년만인 91년에 첫제품을 낼 수 있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폐비닐을 이용해 함지박을 만들어 내는 공정에서 힌트를 얻었던 것.
처음에는 강원 일대의 중소 하수처리장에만 납품을 했다. 이내 뛰어난 품질이 입소문으로 전해 져 94년 조달청과 27억원 규모의 연간 납품계약을 맺었고 95년 3월에는 특허까지 따냈다.
올 예상 매출액은 28억원. 다른 환경업체에 비하면 꽤 번듯한 규모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한다. 원료가 쓰레기인지라 설비 고장률이 엄청나게 높고 공정 전체에서 손작업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조달청에서 책정한 납품 단가도 너무 낮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이 그를 답답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이런 재활용 사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요. 폐비닐이 매년 약 7만8,000톤이나 발생하는데 겨우 4만 3,000톤만 수거됩니다. 하수 1만톤을 처리하는데 폐비닐 원료가 3,500톤 정도 들어 가니 1만톤급 하수처리장 10여개소에서만 「폐비닐 여재」를 쓰면 농촌 쓰레기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쓰레기 치우고, 물 정화하고,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마술같은 재활용이지요. 그런데도 이런 손쉬운 해법이 몰이해와 편견 때문에 아직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중소규모 하수처리장에서 주로 사용돼 온 접촉여재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손수 대단위 하수처리 공법 개발에 나선 것도 그런 답답함이 이유였다. 연구개발이 순조로와 8월중 실용화를 앞두고 벌써부터 마무리 손질이 한창이다. 92년부터 지금껏 매년 매출액의 10% 정도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은 결과이다. 신개발품에 대한 그의 기대는 크다. 결코 돈욕심이 아니다. 『돈 욕심이 있었으면 벌써 그만 뒀을 겁니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애비를 자랑스러워 하는 눈칩니다』 그의 입가에 은근한 웃음이 번졌다.<황동일 기자>황동일>
◎삼양사/PET병 재활용 생산/‘수요도 적지만 수거도 안돼요’/운송체계 등 제대로 안갖춰져 공장가동률 50% 밑돌아/폐기물 예치금도 ‘쥐꼬리’/95년 시작후 연 22억원 적자
경기 시화공단에 자리잡은 (주)삼양사 PET병 공장은 생산과 재활용을 함께 하는 유일한 곳이다. 생산량에서는 국내 2위 규모의 이 회사는 95년 11월 뛰어든 재활용 산업 분야에서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무게가 가볍고 독성이 없어 음료나 식료품, 세제 등을 담는 용기로 사용되는 PET병은 정부가 정한 재활용 대상 품목으로 각 가정이 분리해 배출하고 있다. 삼양사는 연간 PET 생산량의 20%에 해당하는 1만2,000톤의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PET병 재활용 비율이 35% 수준이라는 점과 PET병 재활용 초기단계인 국내상황을 감안한 처리능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 공장에서 재활용한 PET병은 고작 6,000톤 미만. 처리능력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전반기에는 거의 가동을 못했다. 서울시가 5년간 원료 무상공급을 약속했지만 PET병 수거 및 운송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제대로 원료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데도 인식부족으로 수출되는 예도 있었다.
법이 PET병 재활용품을 식음료병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금하고 있어 삼양사는 PET병을 녹여 재생섬유를 만들어 낸다. 이 재생섬유로 침낭과 완구, 자동차시트 등을 만들지만 재활용품을 꺼리는 풍토에 전체 섬유시장의 불황까지 겹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사이다 병 등에 사용되는 녹색 PET병은 재활용품 개발도 어렵고 수요도 한정돼 있어 재활용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PET병 생산업체로서 재활용에 책임감을 느낀 한편 장기적으로 재활용 의식이 고조되면 사업성도 개선되리라는 기대에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예상보다 적자폭이 늘어나 골치를 앓고 있다. 애초에 연 12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하긴 했지만 의외로 「돌출변수」가 잇따라 실제로는 연 22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표적인 「돌출변수」는 수거업체에서 넘겨 받은 PET병 더미에서 나오는 잡쓰레기 처리비용. 라벨과 일반 플라스틱은 물론 의류나 구두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전체의 30%나 된다. 연 4억원이 넘는 폐기물 처리비용이 추가로 들어야 했다. 1㎏당 60원 정도의 폐기물 예치금을 받지만 역부족이다.
삼양사 재활용 사업팀 유창현 과장은 『환경친화적인 의식을 갖고 재활용에 뛰어든 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수거·운송과정에 대한 장려금 보조와 폐기물 처리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재활용 앞장 ‘환경 파수꾼들’/100% 재생지 쓰는 문예평론지/폐식용유로 비누 만드는 패스트푸드점 등/‘환경사랑’ 잔잔한 확산
91년에 창간된 격월간 문예평론지 「녹색평론」은 오색찬란한 잡지들이 가득한 서점 진열대에서 「튀는」 존재다. 100% 재생지로 만들어 잡지 색깔이 우중충하고 값도 싸 보인다. 잉크를 덜 사용하기 위해 표지는 단조로운 색으로 처리했고 속에도 사진은 거의 쓰지 않는다. 버려지는 책을 줄이기 위해 어떤 내용을 담을 지 미리 알리고 주문을 받은 뒤 부수를 결정한다. 잡지 제작에서부터 편집, 판매에 이르기까지 「환경 친화」를 실천하고 있다.
가정집 부엌에서부터 기업의 최첨단 사무실까지 재활용 「거리」는 널려 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원을 만드는 지혜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8호선 문정역 옆 컨테이너 박스에 자리잡은 「재활용인테리어전시관」은 쓰레기를 보물로 바꾸는 재치와 지혜를 한곳에 모은 곳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주부들이 주축이 된 그린문화연구회(회장 강신정) 회원들이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인테리어 소품이 수백점 전시돼 있다. 재활용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송파구청이 50여평 규모의 상설전시장을 지어주는 등 지원에 나서 8월이면 컨테이너 신세를 면하게 된다.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는 90년부터 닭고기를 튀길 때 나오는 폐식용유를 이용해 재활용 비누를 만들고 있다. 매달 80여곳의 점포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식용유는 25톤이 넘는다. 이 폐식용유로 재활용비누 2만여개를 만들어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시민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에 팔을 걷어부치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는 95년부터 녹색생활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음식쓰레기 퇴비화에 나섰다. 아파트단지 등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별도의 수거통에 따로 모은 음식쓰레기를 수거, 퇴비로 만들어 활용한다. 매일 분리배출하는 음식쓰레기 23여톤을 난지도 등지의 퇴비화 시설로 옮겨 퇴비로 탈바꿈시킨다. 경기 포천 등지의 유기농 농장에서 이 퇴비를 먹고 자란 농산물이 강동구 주민들의 식탁에 다시 오르고 있다. 음식쓰레기 재활용을 실천에 옮긴 뒤 강동구의 전체 쓰레기량은 1일 300여톤에서 270여톤으로 10% 가량 줄었다. 그만큼 쓰레기 수거비용이 절약됐지만 보다 값진 것은 그만큼 환경이 숨을 돌렸다는 점일 것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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