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매립·소각 위주 정책을 재활용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그러나 배출·수거 등 과정의 영세성과 정책부재·주민인식 부족 겹쳐 실제 재활용은 23.7% 불과/더욱이 애써 만든 재활용품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재활용은 곳곳에 구멍투성이다쓰레기 재활용이 날로 의미를 더해 가고 있다. 매립할 공간은 절대 부족하고 소각은 2차 오염의 공포를 낳고 있다.
현재의 매립 중심 쓰레기 정책을 재활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재활용률은 아직 23.7%로 매립 72.3%의 3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생활쓰레기 가운데 40%가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실제 재활용률이 그에 못미치는 것은 분리배출→수거→가공→유통→소비 등 재활용 과정 전반의 영세성과 통합적인 정책 부재, 재활용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부족과 편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3층짜리 상가주택에 다른 4가구와 함께 세들어 사는 주부 장인자(30·서울 둔촌동)씨는 꽤 열심히 분리배출을 실천한 다. 대단히 까다로운 분리배출 요령을 일일이 따르려고 애쓴다. 얼마전에는 PET병 주둥이에 걸린 금속링을 떼어내다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사는 상가건물 전체의 분리배출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분리수거함이 준비돼 있지도 않고 따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장씨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미화원들의 무성의한 태도이다. 분명히 재활용 쓰레기인데도 「돈이 안되는」 품목은 애써 분리해 놓은 것을 으레 일반 쓰레기와 마구 섞어 버린다. 『공연히 헛품만 파는 게 아닌가 싶어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주민들의 무관심과 인식 부족도 문제지만 기껏 분리해 놓아도 마구 섞어 버리니 힘이 나겠어요?』
아파트단지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분리배출함이 설치돼 있고 경비원이 쓰레기 감시까지 맡고 있지만 재활용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지기 일쑤다. 일일이 라벨을 뜯고 기름종이를 떼어내는 것 등이 귀찮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분리수거 품목이 달라 웬만큼 열의를 가진 주부라도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유리병이나 우유팩, 알루미늄캔 등 돈되는 것은 금세 가져가지만 PET병 등은 수거함에 오랫동안 방치된다.
지방자치단체나 수거업체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서울 종로구청 청소과 오용식씨. 『쓰레기는 느는데 인력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관내만 하더도 종로통 일대를 고작 3개 기동반이 책임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부는 용역을 주고 있는데 영세업체인데다 최근에는 판로도 막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돈이 안되는 품목은 빼 놓는 일도 있습니다』 재활용계에 근무한 지 1년을 갓 넘긴 오씨가 조목조목 짚는 쓰레기 재활용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쓰레기 집하장은 악취와 불결한 위생상태 때문에 주민들이 꺼린다. 이곳 저곳 자투리땅을 활용하다 보니 체계적인 수거·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자기집 쓰레기는 하루만 안 가져가도 큰소리로 따지면서도 자기 동네에 집하장을 둘 수는 없다는 주민들의 이율배반적인 의식이 큰 문제지요』
처음 배출단계서부터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종로구청에서는 PET병과 폐스티로폼을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집하장을 구기동에 두고 있는데 분리배출된 쓰레기를 재분류하는 데만 13명이 매달린다.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구기동 집하장에서 일하는 박기택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심지어 빈 스티로폼 상자에 일부러 쓰레기를 가득 채워 재활용 쓰레기라고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가려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몽땅 검사해야 합니다. 그래도 미처 찾아내지 못한 게 남아 재활용품으로 재가공되는 마지막 단계까지 몇차례나 검사를 해야 하지요.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합니다』
실제 구기동 집하장에서 PET병을 수거해 재활용업체인 삼양사에 납품하는 수거업체 난지재생환경은 집하장에서 1차 손질을 한 PET병꾸러미를 풀어 다시 정리한다. 집하장에서 1㎏에 50원을 주고 사서 80원 정도에 넘기는데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애써 재활용품을 만들어 놔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재활용품은 더럽고 비위생적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만연해 있다. 소비가 안되니 재활용품 생산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재고가 쌓여 생산이 늦춰지니 원료 재활용 폐기물은 줄기는 커녕 늘어만 간다. 수지가 안 맞으니 수거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되고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동기부여도 어렵게 돼 분리배출은 점점 더 귀찮은 일로만 여겨지게 된다. 우유팩으로 만든 재활용 휴지는 제법 괜찮은 제품이지만 수입펄프로 만든 고급 화장지에 밀려 판로가 거의 막혔고 그 결과 전체 우유팩 재활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국내 재활용 가능자원의 수거처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자원재생공사는 재활용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재활용품 품질 인증제」 도입, 재활용제품 종합전시관 개설, 재활용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공사 김종길 홍보실장은 이런 노력도 결국 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없는 한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실토한다. 『재활용산업은 3D업종이 아니라 우리가 잠시 빌려쓰고 있는 이땅을 온전히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그린산업입니다.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의무임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재활용의 경제학/폐지 1톤 재활용땐 순부가가치 7,000원/PET병은 되레 16만원 손해/그러나 매립·소각 따른 사회적 비용 고려하면 각 16만∼18만원,6만원 이익
쓰레기 재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일부 품목은 재활용을 위한 처리비용, 즉 재활용품 생산비가 판매가를 웃돌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비용까지를 고려하면 크게 이익이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폐지 1톤을 수거해 운반, 선별, 가공하는 작업에는 총 10만3,0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 낸 재활용품의 판매가는 약 11만원. 재활용으로 톤당 7,000원 정도의 부가가치를 얻는 셈이다.
생수나 음료수 용기로 쓰이는 PET병 재활용은 폐지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일손이 많이 든다. 1톤을 수거해 가공하는데 들어 가는 총비용은 약 58만7,000원. 그러나 PET병으로 만든 재활용품 판매가는 42만원에 불과해 재활용으로 이익을 얻기는 커녕 톤당 16만7,000원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PET병처럼 재활용이 오히려 손해를 가져 오는 품목은 재활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재활용 자체의 경제성만 아니라 재활용을 포기하고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의 처리비용과 환경오염 방지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PET병 재활용의 이익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환경부와 자원재생공사의 조사결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재활용의 손익을 다시 계산해 보자.
폐지 재활용은 톤당 7,000원의 순부가가치를 가져온다. 여기에 환경보전과 자원절약 효과를 합칠 경우 톤당 4만7,984원의 사회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같은 양의 폐지를 매립할 때의 처리비용과 환경·에너지 손실 비용은 톤당 10만7,557원이나 된다. 소각할 때는 톤당 13만4,316원. 결국 폐지 1톤의 재활용을 통한 상대적 이익은 15만5,541∼18만2,300원에 이른다.
PET병의 재활용은 어떨까. PET병의 경우에는 재활용 공정에서도 16만7,000원의 손실이 생기지만, 수집 처리 가공공정에서 환경오염 요인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보태도 톤당 18만8,202원의 손실이 오히려 발생한다. 겉으로는 커다란 손해다. 그러나 이런 손실도 PET병을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의 비용과 비교하면 상대적 이익이 크다.
1톤의 PET를 매립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매립비, 환경오염 방지 비용 등을 합쳐 25만5,646원, 소각비용은 25만3,457원에 달한다. 따라서 1톤의 PET병을 재활용하는 공정 자체는 18만8,020원의 손실을 가져 오지만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에 비하면 6만5,437∼6만7,626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PET병처럼 재활용 사업의 수익성은 없지만 사회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품목은 재활용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단체가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더는 것이다. 경영지표상의 손익보다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 경제성 검토가 환경과 경제를 함께 생각하는 「그린경제」의 기본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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