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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TV대통령’ 만들자/원우현 고려대 교수(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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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TV대통령’ 만들자/원우현 고려대 교수(아침을 열며)

입력
199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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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이 텔레비전으로부터 나오고 안방 이미지로 대선의 승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사회분위기가 대선정국을 휩싸고 있다. 이는 방송을 통해서 후보자의 실체를 얼마만큼 전달하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TV를 통해 나타내는 이미지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번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입후보자가 정해진후 TV정치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실 TV자체는 대통령선거의 실체를 반영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뿐 대통령 창출의 유일한 진원지는 물론 아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후보자의 진면목을 직접 살피고 심사숙고하여 국가의 장래를 위탁해야 하는 선거절차를 무시하고 안방 화면에만 의존하여 대선을 치른다면 그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특히 돈 안드는 선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대선후보 TV토론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그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28일 3당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를 시작으로 막을 올리면서 TV토론의 공과도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28일 생방송에선 우선 정책위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한 패널들의 질문이 준비된 질의내용 범주내에서 이루어져 개인의 신변잡기나 가십성 공격 등은 배제되었다.

그런 까닭에 거의 일방적인 인터뷰에 그쳤을뿐 서로 다른 견해를 토론하는데는 부족했다. 진실규명을 위한 철처한 반론과 후속질의가 적었으며 거증작업을 통한 사실규명 노력도 미약했다.

텔레비전 토론이 갖는 시간적인 즉시성 때문에 깊숙한 논쟁이 필요한 정책성 사안에 대해서조차 다각적인 조명을 하지 못하고 20초에 2분을 대응하는 식으로 평면적으로 진행되었다. TV토론에서는 후보자의 객관적 실체가 드러나기보다는 누가 짧은 시간에 요령있고 호소력있게 자신의 뜻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르는게 보통이다. 어떻게 시청자의 관심을 높이고 TV에 맞는 스타일과 이미지를 만들어 감성에 어필하느냐에 관심을 쏟기 마련이다. 시청자는 후보자나 정당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는 무관심하고, 후보자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신경을 쓴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타나듯이 3대 방송사가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방영하는 것도 문제이다. 시청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협회와 신문협회가 손을 잡고 토론회를 소개함으로써 폭발적인 공지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방송사들은 국민생활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TV토론의 중요성도 인식시키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앞으로는 TV토론의 부작용은 줄이고 선거과정에서 긍정적 기능을 최대한 살려서 국민들이 훌륭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5, 6월의 예선전에서 TV토론방송은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국민이 후보자의 인품 능력 정책을 판단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토론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공정성시비와 방송사간의 편성경쟁에 따른 준비미비, 전파낭비의 부작용은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토론방송 진행과정에서 방송사 시청자 후보자는 모두 TV정치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미디어가 주역이 되어 과도하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경계해야겠다. 방송협회 신문협회가 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론사의 실리나 사세과시용으로 대선프로를 경쟁적으로 방영할 것이 아니라 공명선거와 국민주권을 우선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TV토론에서는 각 방송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선거문화 풍토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공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형평성과 객관성을 존중해야 하며 당사자간의 합의로 토론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TV토론의 편성도 생활시간대를 고려하여 가급적 많은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토론의 포맷이나 패널 구성을 합리적으로 해야할 것이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국민의 지혜를 모아 선거절차의 혁신과 선거문화의 쇄신을 가져올 TV정치시대가 제대로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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