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가 공동으로 내보내고 있는 3당후보 TV토론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획기적이다. 대선후보 TV토론회란 문화자체가 없었던 우리현실에서 3당의 대선후보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국민들을 접촉한다는 사실부터가 그렇고, 3대 방송사가 100분이란 시간을 털어 동일한 「정치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그것도 밤 10시부터 중간광고 없이 이어지는 생방송이다.그러나 획기적이기만 할 뿐,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TV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알맹이 없는 토론에 쓴 입맛만 다셔야 했다. 토론회라면 논쟁이 기본인데, 패널리스트들은 후보검증에 필요한 재질문이나 추가질문은 포기한 채 준비한 질문을 할당된 시간에 맞춰 차례로 나열하는데 그쳤다. 현재와 같은 방식과 내용이라면 토론회라기보다 설명회나 해명회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생각에 시청자들의 짜증지수와 더위지수는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할 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방송 3사는 3당 후보측에 이미 여러차례 후보간 토론회를 제의한 바 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란 대의는 접어두더라도 3당 후보가 한자리에서 벌이는 합동토론회는 개별 토론회에 비해 시청률부터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3당 후보측은 한결같이 이 제의를 거부했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이회창 후보측은 두 야당후보의 협공을 꺼려했고,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는 같은 이유에서 협공이 가져올 역의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는 내부판단을 내린 때문이었다.
결과의 불가측성도 합동토론회 기피의 한 이유가 됐다. 서울시장 선거 전례에서 보듯 토론회의 우위가 표의 우위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한 까닭이다. 국민들이 한 자리에서 후보들을 입체적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는 합동토론회는 후보간의 얄팍한 이해관계 합치로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은 어느 모로 보나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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