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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김값 채소」 비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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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김값 채소」 비리(사설)

입력
199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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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채소류를 경매에 부치지 않고 멋대로 팔아 큰 이익을 챙긴 사건은 도매시장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하는 비리이다. 말할 것도 없이 농민에게 제값을 받아주고 소비자에게는 싸게 팔아 국민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이 시장의 설립목적이다. 그런데 정부의 허가를 받아 채소류 유통의 중간과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상장경매 의무를 지키지 않고 수백억원 어치를 멋대로 처분해 사복을 채웠다.경매에 부치면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져 값이 오르게 마련이다. 그만큼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 농림부 조사에 의하면 오이 호박 등은 상장경매과정을 거치면 값이 상장전 단계에 비해 평균 1.5배 이상 비싸진다고 한다. 결국 농민들이 그만큼 손해를 보았다. 중도매인들은 경매를 통한 것으로 도매값을 매겨 소비자들도 억울한 값에 사먹은 꼴이다. 도매법인들은 이런 불법거래 사실을 알고도 정상적으로 경매를 거친 상품인 것처럼 판매원표를 조작해 주고 상장수수료를 챙겼다.

그것도 모자라 중도매인들은 헐값에 사들인 마늘 총각무 대파등을 쟁여두었다가 물건이 달릴 때 방출함으로써 값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농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매점매석을 통해 가격조작까지 함으로써 피해를 가중시킨 셈이다. 일부 도매법인은 생산농민에게 출하선도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농안자금을 중도매인에게 빌려줘 밭떼기 자금으로 쓰게 했다. 감독기관, 관련 공무원은 무얼 했고 법은 어디 갔단 말인가.

정부는 80년대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 곳곳에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세우고, 관리 효율화를 이유로 농림부와 시·도 전직관리들에게 경영을 맡겼다. 이 낙하산 인사가 상하 유착관계의 원인이 됐고, 이 특수관계가 눈감아주기 봐주기의 부패구조를 굳혔다는 것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말이다. 구속자중에는 94년 농안법 파동때 구속됐던 도매법인 대표 4명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청과물 상장경매를 의무화한 농안법 시행에 반발, 경매 보이콧을 초래했던 94년 파동의 중심인물이다.

농수산물 유통질서를 세우겠다고 설립한 도매시장의 관계자들이 유통질서를 앞장서 어지럽힌 것은 법과 시민사회 기본질서에 대한 우롱이다. 수사당국은 이 비리의 피해자가 바로 「1년내 농사지어 싼값에 팔아야 하는 농민과 힘겨운 가계속에서도 비싼 채소를 사야하는 소비자들」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비리구조에 대한 수사 못지않게 감독관청의 책임문제를 엄정히 가려야 한다. 줄줄이 엮어진 비리구조속에 먹이사슬식 상납구조는 없었는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어떤 비리도 감독자의 용인없이는 오래 계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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