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쿡·딘 쿤츠 엘리스 피터스의 공포·추리물 출간/미 추리소설 월간지 한국어판 등장/이상우·김성종 등 국내 추리작가도 신간 꼬리이어 선봬여름철에 특수가 이는 문학 장르가 있다. 추리, 과학(SF), 공포물. 열대야를 잠시나마 잊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이런 분야는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져버린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소위 주류문학과 대비되는 「하위 장르」로 치부되는 실정. 그러나 최근 활발한 외국작품의 소개 및 뛰어난 국내 창작물의 등장, 젊은 독자의 호응과 무엇보다 영화 등 영상매체와의 결합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대부분 과학기술문명, 그 속에 살고있는 인간의 삶에 대한 상식을 뒤엎고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섬뜩한 내용으로 전율을 던지는 이런 작품들은 말 그대로 납량의 효과를 준다. 이번 여름에도 추리·공포물이 쏟아지고 있다.
로빈 쿡은 국내에서 이미 30만의 고정독자를 확보한 작가. 최근 번역된 그의 열다섯번째 작품 「울트라」(열림원 발행)는 약물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작품의 무대는 마녀사냥이 일어났던 1692년 미국의 살렘지방. 현대의 이곳에 마녀가 부활한 것처럼 잔혹한 살인사건이 잇따르는데, 범인은 항우울제를 직접 복용하며 임상실험을 하던 엘리트연구원들로 밝혀진다. 작가는 『모든 약물 복용은 악마와의 거래 이상으로 무서운 일』이라며 이를 경고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원래 안과의사 출신으로 72년 「인턴시절」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메디컬 스릴러(의학추리소설)라는 장르를 사실상 창시한 로빈 쿡은 장기 거래와 의료계 비리를 그린 「코마」, 유전공학 문제를 다룬 「돌연변이」 등 전문지식을 동원한 작품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국내에서만도 300만부 이상을 팔아치웠다. 「울트라」로 그는 의학적 지식과 메시지 전달 이외에 소설적 구성과 재미에서도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사이코」(한뜻 발행)가 번역출간된 딘 쿤츠는 미국에서 스티븐 킹과 함께 공포소설의 거장으로 꼽힌다. 원제목이 강렬한 쾌감을 뜻하는 「INTENSITY」인 「사이코」는 95년 미국에서 출간돼 6개월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화제의 소설이다. 순간적 쾌감만을 추구하는 냉혈 정신병자와 그에 쫓기는 스물여섯된 여성의 24시간 동안의 심리·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 줄거리 위주의 여타 공포소설과 달리 딘 쿤츠의 작품은 세밀한 심리·장면 묘사로 「활자로 읽는 영화」라는 평을 받는다.
미국의 고고인류학자인 메리 도리아 러셀이 쓴 「영혼의 집」(황금가지 발행)도 흥미있는 SF. 21세기 외계 생물체 탐색을 위해 라캣이라는 행성으로 떠난 8명의 탐사대의 모험을 전공에 바탕한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 묘사한다. 한편 1941년 창간된 미국의 추리소설 잡지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의 한국어판도 해난터출판사에서 번역돼 계속 출간될 예정. 「엘러리 퀸」은 추리작가인 프레데릭 더네이와 맨프레더 리 두 사람의 합작필명이자 이들 작품의 주인공인 탐정의 이름. 이 잡지는 오랫동안 600명이 넘는 뛰어난 추리작가의 작품을 실어 「단편 추리소설의 보물창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가사 크리스티를 능가한다는 영국의 여성 추리작가 엘리스 피터스(1913∼1995)의 중세배경 추리소설인 「캐드펠 시리즈」 20권도 8월부터 리뷰앤리뷰 출판사가 차례로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중세 영국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추리적 구성을 잘 조화시켜 그 재미가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압도한다는 평까지 받기도 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김성종씨는 5권 분량의 장편 「붉은 대지」(해냄 발행)를 발표했다. 76년부터 80년대 초까지를 배경으로 대통령의 암살을 둘러싸고 어두운 시대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인물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대결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현직 언론인으로 추리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우씨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22명의 현직 각료 부인 납치살해 등 줄거리에 부패권력과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풍자한 「아내는 실종중」(삼성서적 발행·전 2권)을 발표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추리소설 시리즈 「미스터리 클럽」을 발행하고 있는 신원문화사도 노원의 「바람의 여신」 등 5종의 추리물을 내놨다. 대부분 젊은 작가들의 미발표 신작인데 출판사 측은 무리가 있더라도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계약과 동시에 출간해 국내에서 본격 추리물의 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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