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대표자들은 30일 하오 제1차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쪽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사자인 기아와 채권금융기관은 물론 제3자격인 정부당국이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아, 채권은행단, 정부당국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편집자 주> ◎채권은행단 입장/기아 강도높은 자구·정부 지원땐 추가금융지원 책임지겠다 편집자>
채권은행단의 기아정상화 전제조건은 ▲기아의 「허리띠 더 졸라매기」와 ▲정부의 「교통정리」다. 이 두가지가 충족되면 채권단은 자금지원 및 금융조건완화 등 추가금융지원은 책임진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지난 22일 은행장 모임에서 ▲김선홍 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제출과 ▲아시아자동차의 분리매각 등 「최후통첩」을 이미 기아측에 보낸바 있는데 30일 대표자회의에선 감원 계열사정리 부동산매각 등보다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기아측에 촉구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자동차와 사실상 같은 회사여서 분리매각 보다는 합병이 낫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이 경우 자구의미가 퇴색한다』는 견해가 다수인 상태다.
최대 관심인 긴급자금지원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기아는 3,556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했고 채권단도 1,600억원의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돈은 나가지 않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아가 특별할인판매로 3,000억원 가량을 확보, 일단 한숨돌린 것같다』며 『현금이 돈다면 굳이 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정부에 「기아사태 진정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채권단 고위인사는 『기아사태 수습은 어차피 금융 아닌 산업정책 차원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은행이 「자율판단」에 의해 기아파산을 선택한다면 정부는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재 비공식 경로를 통해 ▲산업합리화지정 ▲정부채무보증 ▲특융지원 등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으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은행에만 무조건적인 협력사 어음할인을 강요하는 정부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정부 입장/기아·채권단 자구노력 선행돼야/한은 특융·출자전환 등 검토
우리나라 전체의 신용질서가 위협받는다면 정부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지만 현재로선 기아그룹이 자구노력을 통해, 다음으로 채권은행단이 지원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재정경제원의 공식입장이다.
재경원 당국자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라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무릅쓰고 지원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기아와 관련은행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러나 각종 루머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발행어음을 정상적으로 할인할 수 없는 등 자금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기아 하청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하자 고심하고 있다. 기아해법을 놓고 당정은 물론 정부내에서도 이견을 보일 만큼 방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당국자는 『30일 채권은행단회의이후 정부지원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채권은행단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국은행 특별융자나 기아대출금의 출자전환, 제일은행의 증자허용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기아대출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기아의 산업합리화업체 지정 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기아측 입장/“발표한 자구계획 최대양보선”/정부·금융권 적극지원 필요
기아사태의 당사자인 기아그룹은 여전히 정부 및 금융권의 입장과 상당한 편차를 드러내고 있다.
기아그룹은 채권단이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임원 50% 감축 ▲계열사 및 임원이 보유한 주식의 담보제출 등은 받아들이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노조측이 회사측과는 달리 임원감축, 노조의 인사·경영권참여 배제 요구에 대해서는 불가입장을 밝혀 내부적으로도 최종입장을 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뿐만아니라 핵심쟁점인 아시아자동차의 분리매각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금융권과 정면으로 맞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아그룹 고위관계자는 『아시아자동차는 상용차뿐 만아니라 기아자동차로 부터 프라이드도 위탁생산하고 있어 분리매각할 경우 그룹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면서 『아시아자동차를 기아자동차가 흡수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지만 분리매각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아그룹은 이와함께 지금까지 공표한 자구노력계획은 최대한 양보한 수준이며, 자구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권의 보다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등의 매각이 「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세제 등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협력업체 등이 갖고있는 어음할인 등도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선홍 회장의 퇴진문제도 기아측은 결자해지라는 입장인 반면 금융권은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