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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홀로코스트 생존자 배상 어떻게

입력
199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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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지난달 배상법 첫 제정리비아 노이만. 89세. 헝가리 거주 유대인. 독신.

그의 삶의 시계바늘은 1944년에 멈춰서있다. 빨간 머리칼의 매력적인 독신녀로, 삼촌 소유의 커피숍의 매니저였던 그는 그해 봄 유대인 여자들 틈에 끼여 독일의 한 수용소로 끌려갔다. 당시 가진 것이라곤 배낭에 챙겨넣은 약간의 먹을 것, 팔찌 하나, 웃옷에 꿰매숨긴 돈 몇 푼이 전부였다. 천신만고끝에 살아 고향에 돌아왔을 때 헝가리는 구소련의 지배하에 놓여있었다. 가족과 친척들은 대부분 자유를 찾아 미국 등지로 떠난 뒤였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잊혀진 사람」으로, 공산체제하의 45년간을 버텨냈다. 지금은 조카와 이웃의 보살핌을 받으며 매달 116달러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배상금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매달 66달러의 연금을 추가로 받게 된 것. 비록 적은 액수지만 동구권 홀로코스트 희생자 배상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철의 장막 뒤에 갇힌 동구권의 유대인들은 이제껏 어떤 형태의 배상도 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 2차대전 후 연합국측이 공산정권이 몰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대인 단체들은 5년전부터 동구권 국가들과 3만∼6만명으로 추정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배상에 관한 협상을 벌여왔다. 그 첫 결실로 동구권에서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헝가리에서 지난달 배상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9월」부터로 예정된 연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나치약탈 금의 처리문제가 명확히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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