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적 음란물 단속 등 문제본질 호도/10대 낙오자 양산 학벌사회부터 개혁을반포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린 나머지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있은 후 학교폭력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후 온갖 대책이 마련되고 그에 따라 각종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수그러들기는 커녕 기승을 부리더니 금년들어서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을 한 학생이 5, 6명을 넘어섰다. 2년전의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은 또다시 경쟁적으로 학교폭력을 거의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고,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없어질 수 있도록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또다시 지시를 하였으며, 그에 따라 온갖 대책과 위원회가 결성되고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언론을 중심으로 내려지기 시작하였다. 2년 전에도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던 여러 원인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물질문명 황금만능 인간경시 등의 망국적 풍조와 더불어 일본만화를 비롯한 음란비디오, 음란성 컴퓨터게임, CD롬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고생을 하지는 않았으나 물질문명속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일본만화를 비롯한 유해매체의 나쁜 영향을 받아 모방성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게된다는 것이다. 물질문명의 역기능과 유해환경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에서도 유해환경에 대한 규제를 특히 강조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청소년에게 술을 판 가게주인, 본드를 판 철물점 주인, 일본만화를 제작한 업자, 이를 보여준 만화가게 주인 등이 최근 줄줄이 구속되었다.
물론 이러한 물질문명과 유해환경이 학교폭력을 위시한 청소년문제와 상관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학교주변에서 금품을 갈취하는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함이며, 유흥비가 필요한 곳이 유해업소이며, 유해업소에서 남용되고 있는 것이 술 담배 본드 등 유해물질이며, 이러한 것을 부추기는 것이 유해매체라는 점에서 볼 때 유해환경과 학교폭력은 동전의 앞뒤면과 같다.
그러나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이러한 유해환경에 접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유해환경만 탓해서 학교폭력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들을 유해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는 문제를 제거하지 않고 유해환경만 탓하면서 강력한 단속만 한다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 몰아내는 주범은 무엇인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할 청소년들이 무엇 때문에 친구들의 돈을 빼앗기까지 하면서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단 말인가? 이것이 일본만화 때문인가? 아니다. 이들을 유해환경이라는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청소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지만 모두 다 일등을 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공부보다는 학벌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일등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부를 못하면 일류대학을 갈 수 없고, 일류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층으로 진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는 것이다. 성적이 부진하여 대학에 갈 수 없는 청소년들은 10대에 사회적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들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성적이 나빠 대학 문턱에도 갈 수 없는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다. 가정과 학교에서 밀려난 미래가 없는 청소년들이 갈 곳이라고는 어른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 놓은 유해업소 밖엔 없다.
학벌보다는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 능력보다는 성품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전에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없이 일본만화를 비롯한 유해환경만 탓한다면 마차를 말 앞에 놓는 어리석음이 되풀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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