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안승운 목사 납북사건의 주범 리경춘을 형기만료에 따라 28일 북한에 강제추방키로 한 조치는 한때 한중 양국관계를 불편하게 했던 골치 아픈 이 사건을 현단계에서 일단락짓겠다는 일방적인 의도로 해석된다.우리가 여기서 중국정부의 조치를 「일방적」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중국은 피해당사국의 입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두 말할 필요없이 피해당사국은 한국이다. 95년 7월 안목사가 중국 옌지(연길)에서 북한인들에게 납치됐을 때 정부는 안목사 신병의 즉각적인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아울러 납치범들의 조속한 검거 및 공정한 재판을 통해 납치를 입증해 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 정부의 요구에 대해 중국은 그간 외교경로를 통해 조용한 해결방식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중국정부가 통보해 온 안목사납치사건의 처리방식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안목사의 북한납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납치」의 명백한 물증인 주범을 형기만료를 이유로 북한으로 추방키로 한 조치는 증거인멸행위와 무엇이 다를까.
또 재판과정에서 적용한 「불법구금 및 불법출경죄」가 사실상의 납치를 의미한다고 강변할지는 모르나 「납치」와는 의미가 다르다. 더욱이 중국이 이번 판결 집행이 종료되는 시점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범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입국사증을 발급해 받아들인 외국인에 대해 중국은 외교적 보호임무를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목사의 원상회복 책임은 당연히 중국측에 있다.
우리는 최근 황장엽씨 일행의 망명과정에서 중국정부가 보여준 협조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는 중국정부의 석연치 않은 몇가지 외교적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예컨대 재중동포 사기피해사건에 대한 중국측의 대응이다. 우리언론이 재중동포 피해사건을 집중보도할 때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즐기다가(?) 민간단체 등이 변제운동을 벌이자 숫제 정부측 배상을 요구하는 비외교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선양(심양) 총영사관의 개설문제만 해도 그렇다. 북한을 의식하는 것은 그렇다 치자.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비우호적이다. 비즈니스차원에서, 혹은 관광목적으로 1년에도 수만명의 우리 국민들이 중국을 찾는 현시점에서 북한인에 의한 납치사건과 같은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중국은 수교국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차제에 정부도 안목사의 원상회복을 위한 다음 단계 대책을 마련, 성취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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