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방치 곤란” 정부입김 작용한듯/‘자산인수방식’ 조건 채권은행단으로 공 넘겨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이 28일 밝힌 「한보철강 인수참여」발표로 한보철강 인수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양사의 이날 결정은 한보철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절박한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철과 동국제강은 한보 2차입찰을 하루 앞둔 이날 하오 늦게 『다른 철강업체들이 한보인수에 참여하기를 바랬으나 인수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불가피하게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사는 그러나 『기존 채권은행단이 제시한 방식대로는 인수할 수 없고 자산만 가격을 따져 인수하는 자산인수방식을 택하겠다』며 조건을 달았다.
따라서 6개월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채권은행단의 입장에서는 일단 「임자」가 나서 반갑지만 「의외의 조건」을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따라서 한보철강의 새 주인은 포철과 동국제강이 제의한 자산인수방식을 제일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은행단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이 채권은행단쪽으로 넘어온 것이다.
포철과 동국제강이 내놓은 자산인수방식은 은행단의 주식인수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기존 방식은 자산은 물론 채무와 영업권까지도 포괄인수하는 것으로 회사를 승계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채무의 탕감이나 자산가치의 할인 등이 정부의 지원으로 해석돼 통상마찰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비해 자산인수는 부동산과 기계설비 등 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인수하는 것으로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통상마찰을 피하는 것은 물론 부채상환의 부담도 덜고 정태수 일가와 같은 구주와의 법적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부채상환이나 구주와의 관계는 전적으로 채권은행단이 처리하고 인수기업은 자산가치만 따져 자산만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한보철강을 포철과 동국제강의 컨소시엄이 인수한다는 결정에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보를 이대로 두고는 기아문제를 포함해 다른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를 진전시킬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내놓은 고육책인 것이다. 한보의 봉강설비 인수에 마음은 있으나 돈 때문에 주저했던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잘만되면 전혀 나쁠 것 없으나 말많은 코렉스설비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포철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때문에 그동안 한보인수를 강력히 거부했던 포철이 정부와의 상당시간 조율끝에 부득이 「최후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날 포철과 동국제강의 인수참여와 새로운 인수방식 제의는 29일 2차입찰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현대의 전격적인 참여를 비롯한 돌발변수가 없다면 한보의 2차입찰은 유찰될 것으로 보인다. 한보문제는 앞으로 포철과 동국제강의 제의를 놓고 채권은행단이 여러 검토를 한 뒤 수용 여부와 인수가액을 결정해야 하는 등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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