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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땅」 무대책 언제까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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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땅」 무대책 언제까지(사설)

입력
199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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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매국노들이 남긴 재산처리문제가 국민적 의지결여와 관계법 미비 등으로 계속 표류, 국민 정서와 어긋난 판결이 계속되고 있음은 안타깝고 유감스런 일이다.서울고법 민사2부가 지난 27일 이완용의 증손자 이윤형씨가 낸 증조할아버지땅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어쩔 수 없이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것도 지난 92년 이래 거듭되어 온 대책부재의 한심스런 결과중 하나인 것이다.

이 사건의 판결이유를 보면 담당재판부의 고뇌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산몰수를 규정한 반민족행위특별법은 지난 48년 9월22일 공포시행되다 51년 2월14일 돌연 폐지됐다. 그나마 그 법이 시행된 동안 반민족행위자나 후손의 재산을 몰수하는 판결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그 후 반세기에 가깝도록 우리 국회가 다시 법을 제정한 일도 없어 법에 의하지 않고 그 재산권을 제한·박탈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등의 판결 이유는 이같은 사태빈발의 까닭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이제와서 상기되는건 끈질기지 못한 우리 사회의 반짝성과 건망증이다. 반공과 함께 반일을 국가정책으로 내세웠던 제1공화국이 어쩌자고 애써 만들었던 특별법을 그처럼 분별없이 폐지했던 것부터 문제였다. 그리고 92년 캐나다에 이민갔던 이윤형씨가 귀국해 잇따라 10여건의 재산찾기 송사를 편 이후 한때 애국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에서 전개됐던 제2의 특별법 제정열기가 지금은 어디로 갔느냐는 탄식도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시 애국·시민단체들은 100만명 서명운동을 폈었고, 「이완용 후손 재산환수 저지 의원모임」도 입법동의 서명을 162명의 의원들로부터 받았지만 입법을 성사시키지 못한채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완용이 남긴 재산은 전국에 수천억원 상당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땅찾기 소송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얻은 송병준의 증손자 돈호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92·93년 당시 여론이 빗발치자 후손들이 국민적 공분에 굴복, 일부 되찾은 땅을 사회에 기증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 후 우리 사회가 건망증에 빠지자 그들은 다시 재판에 의한 땅 되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을 쉽사리 잊는 민족은 언젠가 그 역사를 되풀이당한다고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친일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 모은 재산을 기어코 나라의 것으로 되돌려야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제라도 특별법제정에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유럽에서는 나치잔당에 대한 추적, 처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라고 못할게 없다.

그리고 국민들도 굴절된 역사를 기어코 바로 잡으려는 기개를 잃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한결같이 분노하고 있는데 매국노 후손들이 어찌 감히 땅을 찾겠다고 계속 나설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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