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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을 위한 예약석/이지관 가산불교문화원장(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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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을 위한 예약석/이지관 가산불교문화원장(화요세평)

입력
199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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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만원인 사찰 하계수행법회/역순의 행위규범 찾는 지혜체득의 장으로갈등은 쉬임없이 우리들의 목전에 운명처럼 닥치며, 그 갈등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어떠한 경계나 대상을 따라 그대로 수순함으로써 결과와 그 이후의 역사를 복되게 하는 경우와, 닥친 경계를 용기있게 거스름으로써 보다 가치있는 삶을 담보해 나가는 경우이다. 굳이 용기라고 말하는 것은 수순하지 못할 경계에서 마음을 내려(하심) 행동하는 경우요, 거스르지 못할 경계에서 과감히 거슬러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범부는 수순해야 할 경계에 있어 오만하게 거스르며, 거슬러야 할 용기에 임해서 비겁하기에 결국 자타를 복되게 하지 못하지만, 성인은 이 역순의 경계 중심에 서서 유연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기에, 역순이 자재한 무애문을 넘나든다. 탐욕과 어리석음, 나태, 게으름, 비겁함, 편견, 이기심 등은 그대로 따르면 불행과 어둠을 가져오기에 자신과의 경계에서 거슬러야 할 역행의 좁은 문이요, 타인의 아픔과 불행을 자비심으로 감싸고 고통을 나누는 행위는 관용과 안심, 그리고 화해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의 행복을 자져오기에 용기있게 수순해야 할 순행의 드넓은 광장이다. 그러나 갈등의 양상은 천만가지로 변화하며 우리 앞에 숨막히게 다가서기에, 한시적 규범을 넘어서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지혜의 획득을 궁극의 목표로 삼게 된다. 이젠 교육도 지혜의 창조적 동력을 계발시키는 근본교육을 실행함으로써 덕목의 유연한 성취를 가능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와 계층간에 있어 유연하고 다양한 역순의 행위규범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민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한다.

흔히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구분한다. 사회문화를 통해 전승된 인간의 보편적이고 타당한 경험을 지식이라 한다. 물론 경험의 한계로 규정되었기에 모든 경우에서 진실일 수 없다. 그래서 지식은 끊임없이 바뀌고 변화하며 진보한다. 지혜는 다르다. 동일한 상황을 범부와 성인은 다르게 보며 행동한다. 성인은 제한된 시공의 범주를 넘어 인과의 입체적 고리를 통찰하여 세계와 만나기에 화평하며, 범부는 습득한 관습을 통해 관성의 한계에서 대상과 대립하기 때문에 괴롭다. 냄새도 모양도 없는 빗장 없는 마음의 문이 관성과 업력으로 떠다니며 제멋대로 여닫으면 그것이 범부의 용심이요, 수행의 동력을 통해 얻은 지혜로 어디서나 자유롭게 여닫되 만물을 유익하게 하니 바로 성인의 지혜다. 요즘 서구 산업사회 끝에 서있는 동서양 모두 다시 동양의 덕목을 탐색하고 모색한다. 규모가 큰 학술 세미나마다 세기적 전망 또는 대안으로 동양의 윤리가 논의된다. 아주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윤리나 덕목 창출의 원칙―지혜발현의 그 문화바탕을 체득하는 일에 더욱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길어온 물은 한 평의 땅을 적시고 땅 밑으로 사라져 버리지만, 흐름의 근원인 샘은 만리를 굽이굽이 지나 다양한 모습으로 만물을 적시며 바다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론 윤리나 덕목은 지혜의 활용이요 양상이다. 따라서 활동은 그 몸체를 떠나면 재창조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혜 즉 자유로운 정신의 바탕을 체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지혜는 세속적 안목과 관습을 거스르는 용기있는 역행에서 발현된다. 그래서 지복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쉽게 성취하지 못한다. 욕망으로부터, 아는 것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날 때 마음은 그 본래의 빛을 찾는다. 거친 숨은 고요하게, 발빠른 성급함은 부동의 방석위에서 쉬고, 진보를 좇아 한없이 피곤했던 눈은 내 마음 안으로 가만히 거둔다.

언뜻 지식의 습득과 지혜의 전승과정은 그렇게 상반되고 대립한다. 그러나 지혜를 바탕으로 한 유용한 지식은 다시 큰 바다에서 합류한다. 자신을 향한 엄격한 역행과 타인을 향한 자비로운 순행은 세계를 더 멀리, 더 깊이 볼 수 있게 하며, 더 넓게 만물을 유익하게 한다. 사찰마다 하계 수행법회가 야단법석이다. 해마다 만원이며, 게다가 공항이나 영화관에나 있었던 대기자 명단 또는 예약제가 생겼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 요즘 산사는 날마다 좋은 날이다. 정치하고도 광대한 안목에 교육혁명과 문화의 창의적 전승을 통해 금수강산 전국토가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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