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선후보 TV토론을 보고/안병찬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선후보 TV토론을 보고/안병찬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1997.07.29 00:00
0 0

◎답변 무난,쟁점 증거제시 미흡/정책 수행능력 파악에는 한계문화방송에 마련된 스튜디오는 원형을 이뤘다. 이회창 후보와 사회자 토론자 등 7명이 둥그렇게 둘러앉은 좌석배치가 눈에 띈다.

『달나라에서 하는 것 같네!』라고 옆에서 함께 모니터 하던 사람이 느낌을 말한다. 검은 공간배경이 깊고 고요한 공간같은 느낌을 준다. 이회창 후보와 토론자에게 밝은 조명을 집중한 것은 달라라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카메라를 이회창 후보의 등쪽에 배치해서 토론자와 마주앉은 구도로 잡은 것도 특징적이다. 되도록 중립적으로 스튜디오를 배치하려고 배려한것 같다.

이회창 후보가 감색양복에 갈색자탕에 흰색사선 무늬의 넥타일를 맨것은 성공적인 색감의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무테안경으로 안경테가 주는 선을 죽이고자 한 시도는 이미지 제조상 실패작으로 보인다. 무테안경이 주는 차갑고 매서운 감각이 이회창의 대쪽 이미지를 더욱 뾰족하게 강화했을 뿐이다.

이회창 후보는 첫번째 질문과 두번째 질문에 응할 때까지도 긴장감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차츰 「달나라 초청 토론회장」은 미소속에 파묻혔다. 이회창 후보는 『여유 없어 보인다』는 자신의 취약한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자주 미소를 지었다. 토론자들 중에도 일부러 웃는 것처럼 미소속에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다.

이회창 후보는 학생시절 웅변을 한 덕인지 소견을 펴는 목소리는 힘이 있어 보였으며 안정감을 주었다.

이회창 후보는 세가지 행운을 잡은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째 그는 텔레비전이 「선거제도」로 처음으로 정착하게 된 97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집권당 후보가 되었다. 둘째 그는 집권당의 첫번째 자유경선을 통해 후보자리를 거머쥔 후보가 되었다. 셋째 그는 영호남 후보의 대결 사슬을 끊은 최초의 집권당 후보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행운을 잡고 「이회창 대세」를 몰아가려는 이회창 후보이니만큼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준제도적」텔레비전 토론은 장애물 경주의 가장 중요한 고비임이 틀림없다.

그는 몇가지 질문을 안정된 내용으로 받아 넘겼다. 예를 들면 이회창 후보의 포용력 부족을 묻는 질문에 홀몸, 필마단기로 입당하여 1년여만에 최대다수파를 이루어 경선에 승리했음을 강조하고 경선후의 당내 갈등문제를 묻는 질문에 경쟁자들의 감정과 정서가 정리되면 「경선결과에 승복하기를 맹세한 바가 있어 잘 될 것」이라고 대체로 무난하게 답했다.

그렇지만 이회창 후보의 가장 큰 쟁점이라고 할 두 아들의 병역문제에서 2분 답변의 규칙을 넘어 길게 설명했으나 증거제시가 미흡했다.

또 토론자들의 분명한 규명질문이 전무했다. 이 점은 증거문서를 통한 확답이 있어야 유권자들이 납득할 문제이다.

이회창 후보는 정치경력이 짧으니 만큼 가장 검증을 많이 받아야 할 입장이다. 그는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약점이 있음을 알고 준비했다고 하지만 수많은 분야를 제한된 시간에 다룸으로써 그의 능력, 특히 정책수행능력을 가늠하기는 부족하다. 좀더 철저한 보충질문, 보충답변을 전개하는 토론회가 되도록 가다듬어 나가야 하겠다.

텔레비젼 리얼리즘은 모든 계층에게 적용될 수 있는 담화를 분배할수 있다고 말한다. 텔레비젼 리얼리즘이 주는 「지배적 현실감」을 정치제도로 활용하자면 보다 냉엄한 운용이 필요하다.<전 언론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