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나치의 악령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는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320여㎞ 떨어진 「콜로니아 디그니다드」는 전후 처벌을 피해 달아난 나치의 잔당이 숨어 있을 개연성이 가장 높은 「도피처」로 꼽히는 곳이다.콜로니아 디그니다드는 62년 서독에서 건너온 목회자 폴 쉐퍼가 개척한 일종의 개신교계 신앙촌이다. 그러나 구성 및 활동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이 일대에서 「영원한 아저씨」로 불리는 교주 쉐퍼부터 의혹의 인물이다. 현재 알려진 그의 전력은 전직 나치의 군의관. 2차대전 종전후 교회와 부설 「소년의 집」을 운영하던 쉐퍼는 61년 추종자 70여명과 칠레로 건너와 신앙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년. 미 워싱턴시 크기에 자체 비행장과 발전소, 병원, 방송국, 임업 및 벽돌업체 등을 갖춘 신앙촌은 「칠레속의 독일국가」로 불릴만큼 세를 늘려 왔다. 흰눈을 정상에 이고 있는 산들과 깊은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환경도 독일 남부 알프스 지방을 연상시킨다.
이 신앙촌에서 생활하는 독일인은 약 400명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설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이나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비호세력이던 군부 독재자 아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이 권력에서 물러난 90년이후. 70, 80년대 우익군부가 이 시설을 좌익인사들을 고문하거나 가족 휴가를 보내는 휴양지로 이용하고 신앙촌은 반대급부로 「비밀」을 보장받는 긴밀한 유착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끈질긴 조사 활동에 들어간 칠레 당국의 노력이 「나치전범들의 마지막 은신처」일 가능성이 큰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의 베일을 벗겨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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