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일쑤 격무에 얼굴보기도 힘들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부부가 최고죠”서울 성북경찰서 동선파출소 박성민(29·경찰대 7기) 소장과 서울 종로경찰서 수사과 조사주임 유미진(24·여·경찰대 12기)씨는 드문 신세대 경찰부부.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갓 임관한 햇병아리경찰 유주임을 보자마자 맑은 눈빛에 매료된 박소장은 선배로서, 때론 동료로서 음·양의 도움을 미끼로 은근한 구애공세를 시작했다. 유주임으로서도 박소장은 「괜찮은」 남자였다. 경찰대 7기 총학생회장 출신에다 대학 농구부 주전, 보컬 「푸른 뫼」의 리드기타리스트였던 박소장은 졸업한 뒤에도 여생도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던 「전설적」인 선배였던 것.
두 사람의 주요 비밀데이트 장소는 한강둔치였다. 시간이 없어 멀리 못나가는데다 주위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 무엇보다 아는 얼굴과 마주칠까봐 순찰경찰이나 음주운전 단속차량을 피하느라 애를 먹었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홀어머니(54)를 모시고 함께 사는 것을 빼면 어차피 걸핏하면 밤을 새워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결혼 뒤에도 이들의 생활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른 부부에 비해 워낙 같이하는 시간이 적어 주위에서는 걱정도 하지만 오히려 서로간에 이해의 폭이 넓어 좋다.
유주임은 『남편은 비번이면 집안청소 등 가사일을 돕고 까다로운 사건을 놓고 고민하면 충고나 자문도 아끼지 않는다』며 『새벽 출근때 아침식사 준비를 못해 시어머니 눈치가 보일 때도 그때마다 남편은 든든한 원군이 되어준다』고 자랑했다. 박소장도 『경찰관 치고 신혼때 갈등을 겪지 않는 부부가 거의 없다』며 『그런 점에서 아내는 더없이 좋은 신부감』이라고 말했다.
박소장은 현재 성북서 관내에서 10대 우범지대로 가장 골치아픈 곳인 돈암동지역을 도맡아 일주일에 4번을 24시간 당직근무를 선다. 유흥업소가 밀집해있는만큼 업주들과의 마찰도 잦다. 걔중에는 단속에 앙심을 품고 협박전화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집요한 단속탓에 불법업소는 현저히 줄었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박소장의 생각이다.
박소장은 요즘 좀 초조하다. 동기생 116명중 벌써 10여명이 승진시험에 합격했다. 나머지 동기생 대부분도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 승진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어 더 신경이 쓰인다. 시험공부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파출소장 일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마음을 아는 아내는 며칠 전 베갯머리에서 『신혼도 없이 어렵게 지냈는데 승진하면 지방근무 기간동안 또 별거부부 되는게 아니냐』며 『좀 천천히 승진하라』고 말했다. 그때 남편의 대답이 아주 멋졌다고 했다. 『승진이 뭐 대순가. 동료·후배들에게 멋있는 경찰, 아내에게 좋은 남편만 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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