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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외환위기/미­말련 외교갈등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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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외환위기/미­말련 외교갈등 비화

입력
199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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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금융황제 소로스 음모설’에 미 국무부 반박「아시아적 가치의 기수」와 「월스트리트의 전사」가 최근 동남아 외환위기의 책임을 놓고 벌여온 공방전이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마하티르 모하메드(71) 말레이시아 총리가 26일 미국 금융황제 조지 소로스(66)를 지목, 외환위기의 『배후 조종자』라고 비난하자 미 국무부가 소로스를 편들고 나선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힘있는 달러화나 파운드화는 건드리지 않고 가난한 나라의 약체 통화에 시비를 거는 것은 비열한 짓』이라며 소로스의 환투기를 공격했다. 그는 또 『정치적 동기를 가진 이중인격자』『동남아가 수십년간 이룬 결실을 2주일만에 거둬간 자』라며 소로스의 도덕성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즉각 『소로스는 그같은 일을 할 인물이 아니며, 어떤 (정치적)음모도 없다』며 소로스를 변호했다. 앞서 지난주초 소로스도 동남아 외환위기와 자신은 무관하다며 항변한 바 있다.

외환위기에 대해 지금까지 「불특정」외국 투자자에게 책임을 돌리던 마하티르 총리가 이번에 소로스를 특정한 이유는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우선 환율안정에 역부족을 느낀데서 오는 좌절감의 표현이란 것.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정부개입에도 불구, 지난 3주간 달러화에 비해 4.9%가 떨어졌다. 또 한가지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를 가입시킨데 대해 소로스가 복수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분석. 사실 소로스는 독재정치를 이유로 미얀마의 ASEAN가입은 물론, 미얀마 관광과 투자를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더구나 그는 92년 영국 파운드화를 사냥, 10억달러를 챙기면서 영국의 유럽환율체제 이탈을 초래한 전력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로스에 대한 마하티르의 비난이 미얀마의 ASEAN가입을 반대해 온 미국에 대한 우회공격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소로스를 측면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아시아」의 저자 마하티르와 미국의 감정싸움은 깊어만 가고 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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