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성적충격 벗으려는 관음증/사회 용납수준 넘을땐 전문치료해야어떻게 생겼을까. 아니면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등의 궁금증은 은밀하게 가려져 있는 대상이면 더욱 커진다. 하물며 성에 관한 것이면 쾌락적 정서를 수반하기 때문에 아주 강렬하다. 근간에 한 백화점 여자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였던 문제나 한 치과의사가 간호사 탈의실에 몰래 카메라를 작동시켰다가 들통이 난 사건들이 그러하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유사한 일들은 급기야는 이것이 성도착현상의 도시증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성도착이라고 하면 「성적 흥분을 위하여 이상한 종류의 상상이나 방종한 성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개 충동적이고 반복적이며 미성년자나 사람 이외의 동물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다.
성도착은 여러형태가 있으나 대개 남성들에게 많고, 이상한 성적 행동 자체로 성적 극치감에 도달하기 때문에 정작 정상적인 이성과의 성관계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소위 「관음증」은 여성의 나체나 성행위를 몰래 훔쳐보는 행위를 통해 성적 극치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붙이는 진단이다. 관음증의 정신과적인 진단기준을 보면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옷을 벗거나 성행위를 하고 있는 대상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에서 훔쳐본다. 이때 남성은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공상을 한다. 대상여성을 겁탈하는 경우는 드물고 단지 자위행위를 하거나 더 반복해서 엿봄으로써 성적 쾌감을 맛본다. 두번째로는 이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느끼거나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장애를 받을 정도여야 한다.
왜 훔쳐볼까. 여러가지 정신분석적인 해석이 뒤따르고 있으나 몇가지만 간추려 본다. 첫째 어릴때의 첫 기억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다. 가령 어릴때 부모의 성교장면을 목격해 그 기억에 고착되어 있으면 성년이 되어서도 관음증의 위험이 있다. 우연히 보았거나 의도적으로 보았거나간에 이런 충격적인 경험을 한 후 반복적인 훔쳐보기를 통해 불안을 해소시키고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둘째 무엇이건 들여다 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바탕이 되는데 이는 정상인에게도 잠재되어 있는 요소들이다. 표재적인가 아니면 심층적인가, 볼 수 있는 것인가 비밀스러운 것인가, 욕구를 실현하는가 아니면 억제하는가 하는 차이일뿐 누구나 관음증적 요소는 지니고 있다. 가려진 것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음증 환자는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 공격적 욕구(어머니에 대한 오이디푸스적 근친상간 공상)를 비밀스럽게 훔쳐봄으로써 충족한다. 어릴 때 본 부모(특히 어머니)의 성교장면을 타인의 성교장면을 훔쳐보는 것으로 기억속에 재생시킨다. 또한 실제 성교와 같은 행동으로 빚어질지 모르는 죄의식을 극복하고 『어머니 나는 성교를 한 것이 아니예요. 단지 남이 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예요』라는 절규로 거세공포를 능동적으로 극복한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욕구의 원천적인 대상이 아니라 전혀 상관이 없는 여성을 훔쳐보는 것은 죄의식을 피하기 위한 무의식적 자구책이다.
이런 관음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노출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흔히 여성들이 몸을 많이 노출하고 다니면 노출증이 심하다고 표현을 하지만 노출증의 원래 뜻은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 놓고 자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남성의 성기를 노출시키는 성도착행위이다. 역시 거세공포와 연관된 설명으로 자신이 아직도 거세되지 않고 남성의 성기를 지니고 있다는 적극적인 행동표현이며 이를 통해 이성을 정복했다는 공상을 지닌다. 이 노출증이 적극적인 공격성의 표출인데 반해 관음증은 공격성의 표현으로 인해 생길 죄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남의 성행동을 훔쳐보게 되는 것이다. 같은 뿌리의 서로 다른 행동양태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성도착처럼 보인다.
건강한 사람들이 포르노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속의 성적 장면을 즐겨 보는 것은 이런 잠재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성묘사나 정사장면에 탐닉하는 것이나 그림 속의 환상, 길거리에서 노출이 심한 여성들을 공공연히 바라보는 것 등은 잠재된 관음증적 욕구를 사회가 용납하는 수준에서 충족하는 행위들이다. 물론 정신과적인 전문치료를 요하지만 그 전망은 밝지 못하다. 그 행위가 비록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비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에게는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정신과>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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